[팩트체크] 악취나는 은행 열매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앵커]
지금 제 뒤로 보이고 있는 화면, 은행나무입니다. 저희가 작년에 드론으로 찍은 화면인데요. 굉장히 멋지죠. 은행나뭇길… 가을의 전령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불청객도 있습니다. 바로 이 은행나무 중에, 떨어지는 열매라고 해야 하나요? 보기엔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 밑을 가보면 열매에서 나는 악취가 사실 대단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상당한데요, 먼저 직접 들어보시죠.
[유의숙/경기도 용인시 : 불편하죠. 밟았을 때 냄새도 심하고 그게 또 미끄럽더라고요.]
[홍종헌 박은경/경기도 수원시 : 은행잎이 독성이 있어요. 그래서 벌레가 없잖아요, 벌레가.]
[Marjorie Clark : 확실하진 않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 안에 열매를 먹는다고 들었어요. (냄새 자체는) 정말 싫어요.]
은행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 중에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5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은행 주우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보기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더 냄새가 많이 나는 걸까요?
[기자]
네, 그런 이야기 많이들 하시는데요. 확실히 예전에 비해 은행 줍는 분들 길거리에서 보기 힘들어진 건 사실입니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 사이트를 가보면 '가로수에서 은행을 따면 처벌받느냐?'는 질문이 있는데, 이에 대한 평결은 이렇습니다. '떨어진 것을 줍기만 해도 절도죄나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받게 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떨어진 과실은 소유주, 가로수 같은 경우 지자체의 소유인데 이를 가져가면 안 된다는 거죠.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은행 줍는 분들이 부쩍 사라진 건데, 실제 그런지 서울시에 물어봤습니다.
[유지용 행정관/서울시 조경과 : 경범죄처벌법인가 있을 텐데 단속을 안 해요 저희는. 70년 동안 관습적으로 해온걸, 수십 년 동안 주워가시는 걸 놔뒀는데. 단속을 안 하는 것도 아니라 법률 적용을 안 해요. 밑에 떨어진 거 주워가는 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앵커]
서울에서는 은행 열매 주워도 처벌되진 않는다, 그걸 적용한 바는 없다. 그러니까 내일부터 안심하고 가져가도 되는 그런 상황은 맞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다른 과수는 안 되는 건데 왜 은행 열매는 가져가도 내버려두는 건지… 서울시에서도 치우기가 번거롭거나 한 건 아닐까요?
[기자]
다른 과수의 경우.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이중적으로 적용하는 건 아닐까 해서 물어봤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지자체별로 조금씩 다를 수는 있는데요. 감이나 사과 같은 다른 가로수 열매도 떨어진 것을 한두 개 주워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상당한 규모로 기업적으로 하거나, 억지로 흔들어 따면서 가로수를 상하게 하면 처벌 대상이 되고, 지자체 관리 영역이 아닌 산이나 다른 사유지에서 채취하면 그것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도심에서 은행 못 주워가게 하는 게 중금속 때문이라는 속설도 있는데, 그건 어떻습니까?
[기자]
은행나무가 원래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이 좋고, 또 병충해에도 강해 가로수로 많이 쓰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흡수한 독성물질이 다 열매에 모이지 않겠느냐 생각하게 되는 건데, 지난해 11월 서울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서울 시내 은행나무 가로수를 검사한 결과 납이 1㎏당 평균 0.004㎎ 나왔고, 카드뮴과 비소는 각각 0.002㎎이었습니다. 수은은 검출되지 않았고요.
이러면 설악산이나 지리산 은행과 별 차이가 없고, 중금속 기준이 가장 엄격한 파나 상추 같은 엽경채류 허용기준의 1/25 수준인 건데,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 이야기 직접 들어봤습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 : 검사했을 때 아주 미미했다. 거의 없었다. 은행은 또 외피가 있었고, 외피도 해봤는데 외피도 많지 않았고. 단단하게 둘러싸여 있는 그 속에 열매가 은행 열매잖아요. 그러니까 그 결과가 그렇게 안전했던 거죠.]
[앵커]
안심하고 먹어도 되긴 되겠네요. 그런데 은행알 같은 걸 너무 많이 먹으면 중독된다는 그런 조사 결과도 있으니, 많이 드시진 않는 게 좋을 것 같고. 다만, 은행나무잎 같은 것은 모아서 벌레가 자주 나오는 곳에 두면 벌레들이 안 나온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저도 해봤더니 진짜로 안 나오더라고요. 물론 저만의 경험입니다. 일반화시킬 순 없는 걸 수 있으니까.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다른 나라들은 이런 열매 냄새로 고민 안 합니까?
[기자]
이런 악취 고민하는 곳이 우리만은 아니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워싱턴DC에서는 봄에 약물을 뿌려 아예 꽃이 피지 못하게 하고, 아이오와에서는 열매가 생기는 암나무를 아예 다 잘라버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에선 '은행 냄새가 너무 고약해 고민이었는데 이걸 약재로 쓰는 중국인들이 아침에 싹 치워가서 해결됐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가을에 아예 저렇게 가지를 다 쳐버려서 열매 고민 자체를 없애버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은행은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은행 열매는 암나무에만 열리잖아요? 심을 때부터 수나무만 심으면 되지 않았을까요?
[기자]
그러면 좋았을 텐데, 전문가들도 은행나무를 심을 당시엔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들다고 합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생겨서야 알 수 있는 건데요. 다만 최근 DNA 검사로 암수를 구분하는 법이 국내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는 한 그루 교체하는데 백만 원 이상이 든다는 겁니다.
서울 시내 가로수 29만여 그루 가운데 은행나무는 가장 많은 11만4천 그루입니다.
이 중 3만 주가 암나무입니다. 그러면 이걸 다 교체하는데 300억 원 드는 셈이니 비용이 만만치 않은 거죠.
지금 서울시에선 사람 많이 다니는 곳 위주로 수나무 교체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더 획기적인 방법 나오기 전까지는 잘 피해 다니면서 공존하는 게 최선인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DNA 검사를 해봐야 암수 구별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은행나무 외관을 봤을 때 가지가 휘어져 있으면 암나무이고, 위로 뻗어 있으면 수나무라고 들었는데, 틀린 겁니까?
[기자]
그런 구분방법을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을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퍼져 있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는 구별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잘 받아쳤습니다. 준비 안 한 질문이었는데… 수고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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