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주인곁 지킨 충견 '방울이'
(용인=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시골집에서 기르던 잡종견이 숲에서 숨진 주인 곁을 밤새 지키다 가족을 현장까지 안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2일 경기도 용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5시께 용인시 남사면의 외딴 시골집에 살던 A(56.여)씨가 집을 나가 밤새 귀가하지 않았다.
A씨의 남편(60)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집에서 기르던 두살 난 잡종견 암컷 '방울이'도 함께 없어진 사실을 알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이튿날 새벽 5시부터 집 근처 야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A씨의 남편은 1시간여동안 A씨와 방울이를 번갈아 부르며 찾아 다녔고, 집에서 300여m 떨어진 산길을 지나는 순간 A씨의 남편 앞으로 방울이가 불쑥 뛰어 나왔다.
방울이는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평소의 모습과 달리 숲으로 다시 뛰어가며 A씨의 남편을 뒤돌아 보기를 수차례 반복, A씨의 남편에게 따라오라는 몸짓을 보였다.
방울이를 따라 우거진 단풍나무 숲을 헤치며 30여m를 나아가자 A씨가 싸늘한 시신 상태로 숲속에 쓰러져 있었고, A씨 주변에는 극약병과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우울증 증세를 보인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했다.
용인경찰서 강력5팀 유경호 팀장은 "방울이가 12시간 이상 숨진 주인 곁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감식을 하는 30여분동안 방울이가 2-3m 옆에서 전혀 짖지도 않으며 지켜봐 엄숙함마저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또 "현장은 나뭇가지를 쳐가면서 시신을 수습할 정도로 진입이 어려운 곳이라 방울이가 아니였다면 시신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웃주민 송모(62)씨는 "방울이가 숨진 A씨를 따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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