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밟아 죽인다던 손자 친구들 눈빛, 짐승 같았다"

윤동빈 기자 2012. 2. 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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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학생 할머니의 몸서리치는 기억

"욕을 하면서 '밟아서 죽여버리겠다'고 하는데 그 눈빛이 짐승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어. 손자 친구한테서 들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라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어."

손자가 눈앞에서 친구들에게 끌려나가 집단 폭행당하고 이틀 동안 감금됐다 풀려난 끔찍한 일을 겪은 정모(68) 할머니는 31일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려 견딜 수가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손자 박모(15)군은 지난달 4일 오후 1시쯤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집에서 친구에게 끌려가 집단 폭행을 당했다. 당시 집에는 할머니와 초등학교 6학년인 박군의 동생(12)만 있었다. 박군은 10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할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다. 할머니는 당시 일을 설명하면서 "그놈들은 괴물이야"라며 몸서리를 쳤다.

박군을 끌고나가 폭행한 친구들은 지난해 12월 태권도 도장에서 만난 동급생 황모(15)군, 최모(15)군 등이었다. 이들은 박군을 자신들의 '그룹'에 끼워줬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박군을 집단 폭행하기 시작했다. 길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다 박군이 담배를 늦게 끄는 바람에 "짭새(경찰관을 비하하는 은어)에게 한 소리 들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정부에서 조손(祖孫) 가정에 지원하는 꿈나무카드(무료 급식카드)를 빼앗았고, 박군의 집에서 금팔찌와 목걸이도 가져가 팔아서 자신들의 PC방 비용 등으로 썼다.

할아버지 박모(70)씨는 지난달 3일에야 손자의 꿈나무카드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음 날인 4일 정오쯤 최군 등을 만나 "금팔찌 뺐고, 우리 손자 얼굴 저렇게 만든 것 용서해줄 테니 앞으로는 괴롭히지 말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박씨가 점심을 먹고 자기가 동네에서 운영하는 작은 정육점으로 가자마자 일이 벌어졌다. 집 근처에 숨어 있던 최모군이 담을 넘고 창문을 넘어 들어오려고 했다. 정씨가 머리를 밀어내며 "나가라"고 하자 "확 밟아 죽여버린다"고 소리쳤다.

할머니는 최군의 폭언에 놀라 손자를 지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할아버지의 정육점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다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에 벌벌 떨며 친구들에게 끌려가는 손자를 발견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제발 놔줘라. 이렇게 빈다"고 매달려 손자를 빼내 집으로 돌려보냈고, 정육점으로 향했다. 그러자 최군은 다시 집으로 찾아가 박군을 기어코 끌고나갔다.

박군은 황군 등이 모여 있는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끌려가 집단 폭행을 당했다. 코뼈가 부러지고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이틀 만에 박군이 풀려난 뒤 할아버지는 서울 종암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하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박군은 자신이 폭행당하는 장면이 찍힌 지하 주차장 CC(폐쇄회로)TV를 보면서도 "내가 장난을 치자고 해서 '기절놀이(가슴 등을 눌러 기절시키는 것)'를 했고, 기절한 나를 깨우려고 때리던 것"이라는 허위 진술까지 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달 30일 황군 등 3명을 구속하고 2명을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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