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자던 노숙자, 알고보니 수십억 갑부

양승식 기자 2011. 9. 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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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1일. 인천중부경찰서에 "공원에서 자던 중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박모(51)씨의 신고가 들어왔다. 일정한 주거지도 없고, 가족도 없고, 몸만 덜렁 이끌고 경찰을 찾아온 박씨는 영락없는 노숙인 행색이었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난 지 20일 후인 지난 19일, 경찰은 공원 인근 주민 임모(51)씨를 붙잡았고 가방을 되찾았다. '노숙인의 가방 속에 대단한 게 뭐가 있겠느냐' 생각했던 경찰들은 가방 속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박씨의 가방 속에는 500만원 상당의 현금다발과 순금 20돈짜리(시가 약 572만원) 시곗줄 등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돈의 출처를 의심해 박씨를 추궁했고, 박씨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는 "나는 부모로부터 수십억 돈을 물려받은 자산가"라고 했다. 황당한 이야기에 경찰은 박씨의 계좌를 확인했고, 실제로 은행으로부터 매달 1400만원가량씩의 이자가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이자만으로 먹고산다"고 했다. 월 1400만원씩의 이자가 들어오려면 30억원 이상의 원금이 예금돼 있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1년 전쯤부터 노숙을 시작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주변에 변변한 피붙이 하나 없었던 그는 사업도 해봤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부모로부터 50억대의 부동산을 물려받았고, 한때 혼자 정착해 살았지만 안락한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씨는 전국 방방곡곡을 발 닿는 대로 떠돌아다녔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돈은 많은데 사소한 것을 아끼는 스타일이다"라고 했다. 숙박비를 아낀다며 여관에도 가지 않고 노숙을 했다. "감옥 같다"며 호텔에도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항상 한 달치 이자를 현금으로 뽑아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예전에도 돈 가방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돈 가방을 들고 다니던 박씨는 가는 곳마다 범죄가 따라다녔다"면서 "가끔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돈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인지 잃어버려도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그는 전국을 떠돌다가 우연히 인천의 한 공원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임씨는 아무 데나 놓여 있는 박씨의 가방을 보고는 주인이 없는 줄 알고 가져갔다고 했다.

경찰은 박씨에게 돈을 입금하고 현금카드를 만들어 다닐 것을 권했다. 하지만 "우리 말을 잘 들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적응이 돼서 이 생활이 좋으니, 앞으로도 계속 노숙을 할 것"이라 말하며 또다시 길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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