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대강 비판글' 조사받고 공익요원 자살..왜?

2010. 10. 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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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모욕죄 고발된 공익요원 사이버수사대 다녀온뒤

사흘뒤 싸늘한 죽음으로…유서도 없어 사인 '미궁속'

지난 16일 오후 3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5층 난간에서 주검이 발견됐다. 이 건물에서 근무하던 서울중앙지법 소속 공익근무요원 강경석(25)씨였다. 강씨는 전날인 15일 정오께 근무지에서 사라진 뒤 퇴근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토요일인 16일 법원은 휴무중인 공익요원들을 불러 청사 내부를 수색했고, 늦은 오후에야 싸늘한 그를 발견했다.

서울 서초경찰서의 현장검증 및 1차 부검 결과 '추락으로 인한 두개골 파손'이 사망 원인이었다. 경찰은 "강씨가 15일 오후 청사 21층 옥상에서 5층 난간으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층 난간엔 핏자국이 선명했지만 유서는 없었다. 대신 주검 옆에서 둘둘 말린 밧줄이 발견됐다. 강씨의 동료들은 경찰에서 "15일 오전에 강씨의 목 주변에 목을 맨 듯한 상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로 보면, 강씨는 15일 오전 목을 맸다가 오후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것이 된다. 무엇이 이토록 그를 괴롭히며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을까.

강씨의 아버지는 "아이가 내성적이라 속내를 잘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11일 저녁에 어떤 전화를 받고 매우 당황하며 방으로 들어가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잠이 많던 아이가 요즘 통 잠을 못 잤고, 사고 당일 아침엔 깨우러 방에 갔더니 우두커니 앉아 있어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강씨 사망 뒤 경찰 조사에서 가족이 몰랐던 새로운 행적이 드러났다. 강씨는 전화를 받은 지 이틀 뒤인 13일 법원에 휴가를 내고, 집에는 '출근한다'며 외출을 했다. 그가 찾아간 곳은 서울 수서경찰서였다. 이날 그는 인터넷에 올린 '4대강 사업 비판글'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강씨의 통화 내역을 확인해 보니, 11일 저녁 강씨가 화들짝 놀라 통화한 곳도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이었다. 당시 강씨는 경찰에서 1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 통상적인 수준의 조사였지만, 내성적인 강씨는 경찰에서 "이런 조사는 처음"이라며 매우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지난 8월 강씨가 한나라당 누리집(홈페이지)에 올린 '4대강 사업 반대' 게시물이 발단이었다. 강씨는 이곳에 "4대강 사업은 건설사들 퍼주기이고, 권력 연장을 위해 아무 곳이나 파헤치는 사업"이라며 비판적인 글을 여러 건 올렸다. 그러자 신아무개(아이디 sh****)씨가 강씨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신씨는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64개의 게시물을 한나라당 누리집에 올린 이로,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글을 주로 써왔다. 강씨와 신씨 사이에 몇차례 글이 오간 뒤, 신씨는 강씨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한나라당의 협조를 얻어 아이피 추적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강씨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중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년째 공익요원으로 복무중이던 강씨는 내성적 성격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위장전입 공직자 반대, 4대강 사업 반대, 부자감세 정책 반대 등을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등에 열성적으로 올렸다. 그가 지난 2년간 올린 게시물 수만 1303개였다.

하지만 그는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은 10월에 단 한줄의 글도 인터넷에 남기지 못하고 침묵했다. 경찰은 강씨를 조사한 뒤 사건을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목숨을 끊을 당시 강씨는 이런 사실을 몰랐고, 수서경찰서도 "통상적인 고소 사건 조사였는데,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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