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따돌림' 초등생이 학교에 불질러
친구들에게 집단따돌림(왕따)을 당해온 한 초등학생이 학교 교실에 불을 질렀다. 그는 "교실에 불을 지르면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할머니한테 맡겨진 그는 "엄마와 살고 싶다"고 했다.
지난 8일 오전 7시20분쯤 ㄱ군(11)은 인천 남구 학익동 ㄴ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들어섰다. 평소보다 1시간가량 이른 등교였다. ㄱ군은 평소 자신이 공부하던 교실 한쪽에 앉아 길에서 주운 라이터를 꺼내 종이 박스에 불을 붙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불을 껐지만 교실에 보관 중인 각종 학습교재와 신발이 모두 불탔다.
ㄱ군은 교실에 불을 지른 뒤 다시 학교를 빠져나간 뒤 범행에 사용한 라이터를 골목길에 버렸다. ㄱ군은 이후 등교시간에 맞춰 친구들과 등교했다.
경찰은 학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ㄱ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ㄱ군은 그러나 "학교에 일찍 갔다 아무도 없어 그냥 왔다. 불은 지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그러나 경찰이 학교에 설치된 CCTV를 보여주며 추궁하자 "길에서 주운 라이터로 불을 냈다"고 털어놨다.
ㄱ군은 경찰 조사에서 "학교 친구들이 '돼지야' '더럽다'고 놀려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공부하던 교실에 불을 지르면 친구에게 놀림도 안 받고 학교도 안 가고, 공부도 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잘못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경찰 조사결과 ㄱ군은 부모가 이혼한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할머니·고모와 함께 살았다.
ㄱ군 부모는 최근 그의 양육문제로 자주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ㄱ군은 경찰 조사 때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다. 전학을 가고 싶다"고 말한 뒤 11일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ㄱ군은 학교 친구들이 교실에서 뚱뚱한 자신을 놀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방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ㄱ군은 친구들의 왕따와 부모의 이혼 등으로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ㄱ군이 새학기 들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온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학교 관계자는 경찰에서 "ㄱ군은 성격도 밝고 활달한 데다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사이 좋게 지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11일 ㄱ군이 14세 미만인 형사 미성년자라는 점을 감안해 인천지법 가정법원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 |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경향신문 '오늘의 핫뉴스'
▶ 박원순 시장, 개그맨 김기열에게 사과…
▶ [속보] 北, '박근혜의 방북때 발언' 공개 위협
▶ "성적 결함 숨기고 결혼"… 남편, 결국
▶ [단독] "논이 늪으로" 4대강…농민 통곡, 기절
▶ '데이트 비용' 90만원 낸 남성… 女 붙잡고
모바일 경향 [New 아이폰 App 다운받기!]|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세상과 경향의 소통 Khross]- ⓒ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문]곽종근 “대통령님, 정녕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 없으십니까”
- 자고 있던 70대 노모 흉기로 찌른 아들 현행범 체포
- 교통사고 현장서 발견된 유해가 ‘미 여행 실종 한국인 가족’?···신원 확인 중
- 김문수 “‘이 잔을 피할 수는 없습니까’ 심정···내 맘대로 되는 건 아냐”
- ‘캡틴 아메리카’ 복장 윤 지지자 “한국분 아닌 거 같아, 패도 되죠?”
- 박선원, 이재명 무죄 환영한 김부겸에 “의미없어” 댓글 논란
- [단독]검찰, “명태균, 2021년 3월에도 오세훈에 여론조사 전달” 진술 확보
- [속보]의성·산청에 기다리던 ‘단비’…불길 잡아줄까
- [속보]대법원, ‘형제복지원 사건’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
-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구속기소…검찰 “이상동기 범죄이자 계획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