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한다" 10대들이 여자 후배 집단폭행 살해 후 암매장

고양 | 이상호·곽희양 기자 2012. 4. 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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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남매 등 9명 가담.. 2명 자수로 범행 드러나

임신부와 산모, 남매 등이 가담한 10대 9명이 또래 여자 후배를 방에 가두고 집단구타,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근린공원에 암매장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18일 ㄱ군(19)과 ㄴ양(18) 등 5명을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하고, ㄷ양(19)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17~19세로 여자 5명, 남자 4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은 2년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나머지는 학교를 중퇴했거나 무직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3개월된 임신부와 출산한 지 3개월된 산모, 2쌍의 남매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0대 남녀 9명이 또래 소녀를 집단구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경기 고양시 행신동의 한 근린공원에 18일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둘러져 있다. 고양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들은 지난 5일 오후 3시부터 경기 고양시 행신동 ㄱ군의 다세대주택 지하 방에서 ㄹ양(18·고교 자퇴)을 12시간에 걸쳐 야구방망이와 빗자루 등으로 집단구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ㄹ양이 이들에게 밤새 매를 맞다 6일 새벽 2시쯤 화장실을 다녀온 뒤 쓰러졌으며 이후 코피를 흘리면서 호흡이 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ㄱ군 등은 숨진 ㄹ양과 함께 밥을 먹거나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돌변해 교대로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군 등은 경찰에서 "ㄹ양이 임신한 선배 여자친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평소 우리들을 자주 험담해 혼내주려고 했으며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ㄹ양이 숨지자 장롱 서랍에 시신을 넣은 뒤 하루를 보내면서 시신유기 계획을 모의했다.

ㄱ군 등은 ㄹ양이 숨진 지 하루가 지난 7일 새벽 2시쯤 ㄹ양 시신을 청테이프로 묶어 장롱 서랍에 넣고 집에서 300m쯤 떨어진 주택가 근린공원 숲으로 옮겼다. 이들은 프라이팬과 망치 등으로 땅을 파 ㄹ양 시신을 묻은 뒤 20㎝가량 흙을 덮어 놓았다. 이들이 시신을 유기한 곳은 평소 주민들의 통행이 잦은 산책로 바로 옆이며, 주변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 학생들도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다.

이들은 시신을 암매장한 뒤 일부는 귀가하고, 일부는 범행 현장에서 태연하게 지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9명 가운데 2명이 양심의 가책을 받고 부모의 도움으로 자수를 해와 이들의 범행이 드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ㄹ양을 집단폭행하게 된 정확한 경위와 추가 범행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자신들을 험담한다는 이유로 또래 소녀를 집단구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10대 남녀 9명이 경기 고양시 일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이번 사건은 일부 청소년들의 삐뚤어진 문화와 어른들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로 분석된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학교를 중퇴한 뒤 몰려다니면서 가출을 반복했고, 특별한 직업 없이 생활하면서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러온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가운데 상당수가 절도 등 전과가 있고, 일부는 보호관찰대상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른 다세대주택 인근의 한 주민은 "최근에도 10대로 보이는 남녀들이 모여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밤늦게까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면서 "방 안으로까지 욕설이 들려오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얼마 전에는 남자 학생 4~5명이 집 앞에서 휴대폰으로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네 또래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 여학생은 "남학생들이 째려보면서 '쟤 뭐야'라며 시비를 걸어와 무서워 집으로 도망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도 새벽까지 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고 놀았으며 아침이 되면 술병과 음식물쓰레기 등을 집 앞에 쏟아놨지만 경찰에 신고한 주민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고양 | 이상호·곽희양 기자 sh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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