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반 친구에 물고문까지 당한 중학생 끝내..

대구 2011. 12. 2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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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못견뎌 A4용지 4장 분량 유서 남기고 투신 자살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해 놓고 몸에 칼로 상처를 내려 하다가 실패하자 팔에 불을 붙이려 했어요.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고 했고…."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려온 중학생이 유서를 남긴 채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일 오전 9시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김모(14·중2)군이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67)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김군은 부부교사인 부모가 출근한 직후인 오전 8시쯤 자신의 집(7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거실에서는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 <사진>가 발견됐다. 경찰은 22일 유서 사본을 공개했다.

유서에는 자신을 괴롭힌 친구 2명의 실명과 함께 피해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군은 "상습적 폭행과 금품 갈취로 너무 힘들었다.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고 적었다.

유서에 따르면, 김군은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알게 된 서모(14)군과 우모(14)군 등 2명과 '메이플 스토리'라는 온라인게임을 함께 하면서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메이플 스토리는 게임 아이템을 사고팔며 게임 캐릭터의 레벨을 높여가는 게임인데, 이들은 김군에게 대신 게임을 시키거나 아이템을 사기 위한 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낮에는 김군 집에 부모가 없는 것을 알고 수시로 드나들었고, 집에 있는 라면이나 과자 등을 마음대로 먹으며 김군을 심부름꾼으로 부렸다.

김군은 "매일같이 돈을 요구했고 강제로 게임을 시키거나 담배도 피우게 했다. 그래서 제 성적은 떨어졌고 2학기 때는 일을 해서 돈을 벌기도 했다"고 했다.

괴롭힘은 점차 심해져 폭행과 갈취로 이어졌다. 김군은 "단소로 때리고 물로 고문하기도 했다. 공부를 못하도록 교과서와 문제집을 가져갔고, 수시로 옷도 뺏어갔다"고 유서에 적었다. 그런데도 "보복이 두려워 부모님 등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군은 괴롭힘 때문이었겠지만 공부를 안 했던 점, 게임에만 매달렸던 점, 자주 돈 달라 옷 사달라고 떼를 썼던 점 등 자신의 잘못을 유서에서 여러 번 반성했다. 서군 등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며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당부까지 하며 가족 걱정을 잊지 않았고,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로 유서를 마쳤다.

김군의 어머니(47)는 "2학년이 되고부터 갑자기 안 하던 게임을 하고 특정 브랜드의 옷을 사달라고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였지만 괴롭힘 때문에 그런지는 몰랐다"며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서에 등장하는 가해 학생들과 김군 친구들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 나오는 구체적 위법 사실을 확인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지난 3월부터 2∼3차례에 걸쳐 교내 폭력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지만 김군의 어려움을 미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교사들의 생활지도에 문제가 드러날 경우 학교법인에 중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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