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깔고 간 차량 4대.. 3대는 신고 안했다
지난 13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노숙인 박모(5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손님을 내려주고 차량 진입로를 거슬러 올라오던 대리 운전기사가 처음 발견했고, 아파트 경비원 최모(64)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해 10m쯤 내려가 왼쪽으로 90도 꺾이는 커브길을 지나 너비 3.1m의 콘크리트 도로 가운데 피투성이가 된 채 반듯이 누워 있었다. 키 160㎝에 마른 체구인 박씨는 뒤통수 왼편이 함몰돼 있었고, 오른쪽 발목은 부러져 있었다.
경찰이 아파트단지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박씨는 사건 당일 오후 8시쯤 지하 주차장 진입로를 걸어 내려갔다.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한 차량은 4대였다. 오후 8시 33분 김모(28)씨가 운전하는 SUV차량, 오후 8시 44분 구모(36)씨가 운전하는 차량, 오후 9시 25분에 진입한 차량, 9시 26분 박씨의 시신을 발견한 대리 운전기사가 운전한 차량이다.
차량 넉 대 모두 타이어에서 혈흔이 발견됐다. 그러나 시신은 마지막 넷째 차량의 대리 운전기사가 지하 주차장 진입로를 걸어나오기 전까지 방치됐다.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16일 "박씨가 추위를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연이어 내려오던 차에 치여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첫째 차량 운전자 김씨와 둘째 차량 운전자 구씨는 "내리막길이고 어두워서 사람을 보지 못했다. 덜컹했던 것도 같은데 원래 콘크리트 길이라 평소처럼 차가 덜컹거리는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타이어에 피가 묻은 것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셋째 차량 운전자는 경찰의 소환에 불응한 상태고, 시신을 처음 발견한 대리 운전기사에 대한 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해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경사가 급하긴 하지만 지하 주차장에 불이 켜져 있고 전조등을 켜고 내려가면 진입로가 그리 어둡지도 않다"면서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지점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몇째 차량에 치인 것이 치명상이었는지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수개월 전부터 아파트단지를 배회하며 주차장에 누워서 쉬거나 쓰레기통을 뒤져 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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