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더위에 씻지도 못해 분통"
경북 구미시 장천면 상장1리에 사는 허도이 할머니(76)는 1일 "고등학교 다니는 손주들이 세수도 못하고 학교에 갔다"며 "물이 안 나오니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나고 집안이 엉망이다"고 말했다. 아침밥은 전날 밤 이장 집에서 가져온 생수로 해결했다.
이 마을 50대 주민은 "지난달에도 낙동강 취수장 임시물막이 유실사고로 닷새나 고통을 겪었는데 또다시 한창 바쁜 농사철에 제대로 씻지도, 싸지도, 먹지도 못하니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낙동강에 매설된 송수관로가 파손된 여파로 구미 장천면과 산동면 주민 800여가구는 30도를 넘는 더위에 이틀째 '단수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단수 가구 수는 이날 오전 6시 100여가구에서 오전 11시에는 813가구로 늘었다. 수자원공사가 급수차량을 이용, 4공단배수지에 물을 채워넣고 있지만 정상 공급량보다 턱없이 모자랐다. 물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별로 단수 가구는 늘었다 줄었다 했다. 전날에는 2300여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4대강사업저지범대책위원회가 1일 구미 해평정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최슬기 기자
주민들은 식수는 면사무소에서 가져온 생수로, 설겆이 등 허드렛물은 이웃집 지하수나 '도랑물'을 떠와 급한 대로 쓰고 있었다.
도로변에 앉아있던 주부 이모씨(44)는 "새벽에 물이 좀 나오기에 고3인 아들 교복을 세탁기에 넣고 빨았는데 녹 찌꺼기가 나와 옷이 녹물로 염색한 것 같았다"며 "전쟁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낙동강 몰개(모래)를 막 파 제끼 싸놓으이 글타 카대요. 소문내지 마이소. 잘 몬하몬 붙들리갈라." 한 노인은 "이 더위에 물이 안 나오니 죽을 지경"이라며 조심스럽게 이렇게 귀띔했다.
산동면 도중리의 한 주민은 "문제는 이 같은 단수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인근 지인이나 친척집으로 '피난'을 가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천면의 한 주민은 "지하수 한 곳을 두고 어떤 주민이 주인에게 말도 하지 않고 호스로 빼서 쓰다 다른 이용자와 얼굴을 붉힌 일도 벌어졌다"고 귀띔했다.
장천면 지역 한 이장은 "두 달도 안돼 어처구니없는 단수 사태가 두 번이나 터지니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모두들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장2리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4대강) 공사가 다 끝나면 얼마나 보기 좋을지는 몰라도 대통령이 하는 공사 때문에 이게 뭔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수관로가 복구되려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주민들은 날마다 전쟁을 치러야 할 것 같다.
< 최슬기 기자 skcho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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