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약물 마라톤'?
[동아일보]
국내 대표급 마라톤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경기 전 금지약물을 투여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이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투약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내 육상계에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강원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일부 마라톤선수가 경기 전 도핑검사에 검출되지 않는 약물을 투여하고 경기에 참가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3개월째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국가대표 남자 마라톤팀 코치를 맡고 있는 정모 씨(52)가 지도하는 국내 유명 선수들이 헤모글로빈 수치를 급격하게 올려주는 조혈제를 투약하고 경기에 출전해 기록을 단축했다는 것. 경찰은 대한육상경기연맹과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하는 한편 선수들이 치료를 받은 충북 제천의 모 재활의학의원을 상대로도 관련 자료를 압수해 검토 중이다. 이번 수사에는 국내 현역 최고의 마라톤선수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정 감독이 자신이 지도했던 마라톤 명문학교인 강원 원주시 모여고 육상선수들에게도 습관적으로 조혈제를 투여한 것으로 보고 16일부터 이 학교 졸업생 선수들을 상대로 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생리 등으로 피가 부족한 일부 여자선수가 4, 5년 전부터 철분제를 투여해 오고는 있지만 도핑테스트에 걸리는 조혈제를 선수들에게 투여하지는 않았다"며 혐의 내용을 부인했다.
박재삼 강원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이 사건은 국내 마라톤계에 미치는 여파가 매우 커 조심스럽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 마라톤계 "공공연한 비밀… 올것이 왔나" ▼경찰의 수사 소식에 육상계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경찰이 금지약물로 보고 수사 중인 건 적혈구를 증가시켜 체내의 산소 운반 능력을 키워준다는 조혈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혈제는 피의 산소 운반 능력을 향상시켜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계의 한 관계자는 "마라톤의 경우 조혈제를 맞고 출전하면 여자는 7∼8분, 남자는 1∼2분 정도 기록 단축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몇 초 사이에 승부가 갈리는데 이 정도 단축은 엄청난 수치"라고 말했다.
그동안 마라톤계에서 선수들이 조혈제의 힘을 빌린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또 마라톤 지도자 A 씨가 선수들에게 조혈제를 맞게 한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실제 A 씨 아래 선수들은 기록이 단기간에 크게 향상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수는 아예 도핑테스트에서 걸리지 않기 위해 조혈제 대신 자신의 몸 상태가 아주 좋을 때 피를 뽑은 뒤 이를 냉동 보관했다가 경기 직전 다시 투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든 조혈제가 다 금지약물은 아니다. 조혈제는 단순 철분 보충제부터 호르몬제까지 종류가 많다. 이 때문에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관계자도 "조혈제를 맞았다고 해서 다 문제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혈제 중 대표적 금지약물은 단기간에 지구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에리트로포이에틴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금지약물로 추가됐다. 금지약물은 세계반도핑기구가 매년 9월 목록을 발표하고 이듬해 1월부터 금지 효력이 발효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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