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십자가 주검, 단독 자살 가능성 낮아"

문경=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2011. 5. 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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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조력자 있을 것".. 경찰은 단독 자살로 가닥

지난 3일 경북 문경 의 한 폐채석장에서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된 김모(58)씨가 '단독 자살'을 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씨가 혼자 자살 시나리오를 짜고 준비를 했더라도 실행 과정은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문경경찰서는 "십자가에 기대서서 망치로 발에 못을 박고 드릴로 손을 뚫은 뒤 목을 매 자살하는 게 가능하다"며 김씨가 혼자 자살했다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잡고 있어 "소극적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황① 발등에 못질 사실상 불가능

단독 자살이 아니라는 가장 큰 정황 증거는 김씨의 시신이 발견된 십자가의 구조상 스스로 발등에 못을 박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씨의 시신이 발견된 나무 십자가는 지면에서 높이가 157㎝ 정도다. 바닥에는 김씨의 발 크기(260㎜)에 맞는 발판이 있다. 김씨의 양발 발가락 가까운 쪽 발등에 각각 15㎝짜리 못이 박혀 있었다.

의혹은 발뒤꿈치가 십자가 기둥에 딱 붙어 있다는 점에서 나왔다. 김씨가 발등에 못을 박기 위해 상체를 숙이거나 무릎을 구부리면 앞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다. 김씨는 키 167~ 168㎝에 몸무게 70~80㎏ 정도인 데다 배가 나온 체형이다. 한 수사 전문가는 "이런 상태에서 망치로 발에 못질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양발에 못을 박은 부위가 똑같다는 점도 자살을 도운 조력자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황② 전신 마비 상태에서 자살?

사망 현장에서 고통을 완화시키는 마취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심장병과 관련된 약이 나왔다. 120알짜리 약통인데 5알만 남아 있었다. 이 약은 두꺼비 독(毒) 성분이 들어 있어 대량 복용할 경우 전신이 마비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용태 문경경찰서 수사과장은 "한꺼번에 많이 복용할 경우 아예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마비 증상이 생긴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 약을 먹었는지 여부는 오는 13일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 부검 소견서가 나오면 확인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씨의 몸을 마비시켜야 죽음을 도와줄 사람이 작업하기 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황③ 주저흔(자해할 때 주저해서 생기는 흔적)이 없다

김씨의 양손 검지와 중지 아랫부분 손바닥에는 드릴 끝을 대고 세게 누르면 드릴의 날이 돌아가는 수동(手動)드릴을 사용해 낸 구멍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칼 등으로 자해(自害)할 경우 주저하게 돼 1~2차례 실패하는 흔적(주저흔)이 남는다. 김씨의 경우는 손이나 발에서 주저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광신도인 김씨의 자살을 도운 조력자가 있다면 반드시 밝혀내야 유사한 종교 관련 자살 방조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경찰이 처음부터 단독 자살로 몰고 가려 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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