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수사가 빚은 '씻지 못할 상처'..노숙소녀 사건

2010. 7. 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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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노수정 기자]

조작수사 논란을 낳은 경기도 수원 노숙소녀 상해치사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됐던 가출청소년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수사기관이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은 특히 수사기관이 애초부터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가출청소년들과 정신지체장애인을 살인자로 단정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최모(당시 18세)군 등 4명의 가출청소년들은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아 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촉법소년으로 소년부 송치됐던 곽모(당시 13세)양도 1년 넘게 자유를 억압당한 채 소년원 생활을 해야만했다.

또 최초 범인으로 지목됐던 정신지체장애인 정모(31)씨는 2심 판결로 징역 5년형이 확정된 것도 모자라 법정에서 진술을 바꿨다는 이유로 위증죄가 추가돼 징역 6개월이 추가, 현재 3년 가까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다.

◈ 무죄 확인됐지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

검찰의 조작수사로 3년 가까이 살인자 누명을 썼던 5명의 가출청소년들은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족이 해체돼 거리로 내몰린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노숙생활을 하는 동안 비록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전력은 있지만 이번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특히 이 사건 수사검사는 조사과정에서 줄곧 사건내용을 미리 알려준 뒤 질문을 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검사는 가중처벌 등으로 겁을 줘가며 허위자백을 회유하는가 하면 자포자기 심정이 된 이들이 조사실에선 자백을 하고 구치소에 돌아가서는 허위자백이었다고 말하자 독방에 수감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5명의 가출청소년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최군은 "하루 꼬박 조사를 받다보면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내가 정말 그런 일을 했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당시 내가 말을 바꿀까봐 검사는 함께 수감돼 있던 동료 수감인들까지 불러 압박을 했었다"고 말했다.

또 6개월 동안 독방에 수감됐던 강모(21)양은 "당시엔 조사를 받고 구치소에 돌아오면 누구 하나 말할 사람도 없어 나중에는 말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더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와 함께 이들은 수사기관에서 받은 고통과 별개로 지난 3년간 본의 아니게 네티즌들의 악플에도 시달려야 했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면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가출청소년 5명이 '돈 2만원 때문에' 아무 죄 없는 10대 노숙소녀를 무자비하게 집단폭행해 숨지게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수사기관의 발표만을 믿고 이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악플을 쏟아냈다. 일부 네티즌들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의 무능력을 비난하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때문에 가정과 사회 등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이들은 무죄 판결 이후에도 다시 한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이들은 무죄 판결 이후 사회로 돌아와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오히려 이 사건 전보다 훨씬 더 성실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실형이 확정된 정신지체장애인 정씨의 경우 수감 도중 교도소 안에서 폐결핵까지 걸리는 등 이 사건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어긋나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의 영상녹화물과 진술조서를 대조해 감정의견서를 작성했던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가출청소년과 부랑자 위주로 범인을 특정했다"며 "더 큰 문제는 수사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교수는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 성숙한 사고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다 권위에 순응하거나 유도심문에 취약한 특성이 있음에도 이 사건 수사검사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윽박지르는 조폭수사식 수사를 했다"며 "수사기관의 전문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1심부터 이 사건 무료 변론을 자청한 박준영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직후 "검찰과 경찰의 그릇된 공명심으로 촉발된 이 사건으로 무려 5명의 청소년들이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장애인 정씨 등도 고통을 받았다"며 "무죄가 확정돼 억울함이 풀리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nsj2@cbs.co.kr

대법, '수원 노숙소녀' 피의자 4명 무죄 확정 '수원 노숙소녀 사건'-'허위자백 유도했다'…'조작수사' 파문 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 '진범'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노숙소녀' 살해범 법정서 위증 징역6월 추가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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