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에도 막무가내..천안함 5대 유언비어

2010. 5. 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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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괴담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유산정부, 일반인 눈높이로 원하는 정보 제공해야(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이를 부인하는 유언비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누리꾼과 인터넷 논객들은 24일 다국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 합조단의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후에도 인터넷을 통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황당무개한 유언비어까지 퍼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정부 불신 분위기와 자정 능력이 약한 인터넷이란 공간이 만나 빚어진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이버 달군 5대 유언비어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유언비어나 괴담, 의혹 등은 근거도 다양하고 유형도 여럿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조작된 것이란 '음모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물론 대다수 의혹은 정부의 불충분한 설명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도를 넘어선 유언비어는 불필요한 논쟁을 낳아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정치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① "어뢰에 쓰인 '1번' 조작됐다" = 합조단 발표 이후 인터넷 토론방 등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정부가 천안함을 격침시켰다고 발표한 어뢰에 쓰인 손 글씨 '1번'의 진위다.

파란색 매직펜으로 쓴 듯한 이 글씨가 장기간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는데도 고스란히 잘 보존됐느냐는 의문 제기부터, 이 글씨가 어뢰 인양 후 쓰인 것이란 조작설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인터넷 포털을 통해 유성매직으로 강철 철판 위에 글씨를 쓴 뒤 소금물에 노출시켰더니 몇 시간 만에 글씨가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실험 사진까지 퍼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문구회사인 모나미 연구개발팀장인 이중근씨는 "페인트는 바다 속에서도 녹슬지 않는 '방청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매직 잉크일 경우라도 고착력을 주기 위한 수지에 부식되지 않는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어 보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② 황당 유언비어.."예비군 징집령" = 합조단 발표 직후 전국적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간 예비군 징집령도 대표적인 유언비어에 속한다.

자영업자인 최모(26)씨는 지난 20일 국방부 대표 전화번호를 사칭해 ' < 임시통보 > 귀하는 불가피한 대전시 국방의무를 위하여 징집될 수 있음을 통보합니다'라는 허위 문자를 지인들에게 유포했다.

또 이 문자를 받은 그의 지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현재 북한의 이상 행동으로 긴급 징집합니다. 근처 예비군 연대로 신속히 오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마구 퍼뜨렸다.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고 경찰이 나흘 만에 유포자를 검거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로 인해 국방부에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사회불안을 가중하는 등 소모적인 혼란이 빚어졌다.

③ "北에선 번(番) 대신 호(號) 쓴다?" = 일부 누리꾼은 '번(番)'이란 단위명사가 일본어식 한자어라 북에서는 쓰이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면서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탈북자 모임인 'NK지식인연대'는 "교사가 학생 출석을 부를 때도 'X번' 식으로 호명한다"며 "'번'이란 표기가 일본어에서 유래돼 북한에선 통상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주장은 궤변"이라고 설명했다.

④ "배는 두 동강..어뢰 추진부는 멀쩡?" = 누리꾼들은 이와 함께 어뢰 폭발로 1천200t급 초계함이 두 동강 났는데도 어뢰 추진부가 멀쩡히 보존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혹도 많이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어뢰 탄두부는 어뢰가 폭발하더라도 '추진전지부'가 완충 역할을 해 전동기나 추진 장치가 잔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국내시험에서도 어뢰의 추진기 일부가 수거된 바 있다"고 말했다.

⑤ 美 핵잠함과의 충돌설 = 천안함이 사고 당시 서해안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했던 미군 핵 잠수함 '하와이호'와 충돌했다는 설 등 온갖 유언비어가 막무가내식으로 퍼지고 있다.

이밖에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한반도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천안함 사고를 조장했다는 설이나 천안함이 내부 균열이 있는 상태에서 좌초한 뒤 표류하다 육중한 물체와 충돌해 두 동강 났다는 '복합요인설'도 번지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천안함의 항로를 집중 수색했지만 수중 해저에서는 선체 잔해물과 암반, 인공어초, 폐어망 등만 발견됐고 수심을 고려할 때 함정의 기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좌초설을 부인하고 있다.

◇ 괴담,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유산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발표 후에도 인터넷 등에 온갖 괴담이 떠돌면서 북한과의 긴장국면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복잡한 현안일수록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이를 바로잡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경우 사건 초기 군과 정부가 빚었던 혼선이 괴담 확산을 부추겼다.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사건 초기 대응에서 군이 안보기밀 공개를 놓고 혼란을 빚자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다양한 정보와 결합하면서 뜬소문이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혼란이 사회 전반에 깔린 정부에 대한 불신과 자정 기능이 약한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만나면서 루머가 더욱 급속하게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부의 발표가 거짓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어 그 유산 때문에 지금도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한국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정부의 소통 의지 중요"이 때문에 루머에 의한 사회적 혼란을 막으려면 우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이고 투명한 사회이기 때문에 정부는 안보에 심각한 지장이 없는 한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국민의 알 권리가 통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야 국민과 소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루머는 사람들이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탈피해 확실함을 쫓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며 "루머를 줄이려면 정부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현재 가장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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