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검거..사건현장서 300m, 코앞에 숨어 있었다

부산 | 권기정·백승목 기자 2010. 3. 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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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발생 15일 만에경찰과 격투 끝 붙잡혀 초동수사·검거작전 '부실'.. 金, 범행 부인

부산 여중생 이모양(13)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씨(33)가 10일 오후 2시45분쯤 부산 사상구 삼락동 현대골드빌라 주차장 앞에서 경찰과의 격투 끝에 검거됐다. 사건발생 15일 만이다. 김씨가 붙잡힌 곳은 사건발생 장소에서 불과 300~400m 떨어진 곳이어서 초동 수사와 검거 작전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경찰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비웃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9일부터 1500명씩을 동시에 투입, 토끼몰이식 수색을 하고서야 김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 김길태 범행 부인 = 김씨는 수사본부가 차려진 사상경찰서에 도착한 직후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여중생 이모양(13)을 아느냐, 범행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또 "그러면 왜 그동안 도망다녔느냐"고 질문하자 "그전에 한 일(지난 1월 부산 사상구에서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인근 옥상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 때문에 도망다녔다"고 말했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됐으나 김씨는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이양의 시신에서 채취한 증거물에서 용의자 김씨의 DNA를 확인한 상태다. 이강덕 부산경찰청장은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나 범행 여부, 동기, 행적 등을 추궁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어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해 자해 가능성도 높아 심리적 안정을 시키고 있는 상태"라며 "고도의 수사기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허점투성이 수사·수색 = 김씨가 사건현장에서 불과 300~400m 떨어진 곳에서 검거되자 허술한 수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사상구 일대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지금까지 연인원 3만여명을 수색에 투입했다. 그러나 김씨가 코앞에서 은신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동안의 수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초기수사부터 부실했다. 지난달 24일 시력이 좋지 않은 이양이 안경과 휴대전화를 그대로 남겨둔 채 사라졌다. 누군가의 침입 흔적이 있었다. 가족들은 곧바로 신고했으나 경찰은 납치보다는 사춘기의 단순 실종 가능성을 염두하고 다음날에야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김씨와 두차례나 전화통화를 하고도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김씨는 이양을 납치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덕포시장 인근 아버지의 집에 들렀다가 경찰과 전화통화를 하고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지난달 28일에도 경찰과 김씨의 전화통화가 이뤄졌으나 김씨가 전화를 한 공중전화부스에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김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코앞에서도 김씨를 놓치기도 했다. 지난 3일 새벽 5시쯤에는 이양의 집에서 30m가량 떨어진 빈집에 숨어 있던 김씨는 경찰의 플래시 불빛을 감지하고 입구 반대편 창문을 통해 담장 3.5m 아래로 뛰어내려 달아났다. 이어 사건 발생 11일 만인 지난 6일 이양은 한 다가구주택의 물탱크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양의 집과 시신이 발견된 곳, 경찰이 김씨를 눈앞에서 놓친 곳이 모두 반경 50m 안에 있고, 검거 지역도 불과 300~400m 거리에 있었다는 점 등은 이번 수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부산 |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 ▲실종서 검거까지

부산 여중생 이모양(13)이 실종된 것은 지난달 24일. 오후 7시쯤 어머니 홍모씨(38)와의 전화통화를 끝으로 실종됐다.

이 일대는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하고 빈집이 많은 재개발 예정지로 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곳이었다. 이양의 집은 2층짜리 다가구주택 1층으로 5가구가 거주했으나 모두 이사를 가고 이양 가족만 살고 있었다. 실종 당시 가족들은 모두 외출 중이어서 이양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이양의 안경과 휴대전화가 그대로 남겨져 있었고 누군가의 침입 흔적이 있었다. 가족들은 곧바로 신고했으나 경찰은 납치보다는 사춘기의 단순 실종 가능성을 염두하고 다음날에야 수사에 나섰다. 지난 2일에는 김길태씨(33)를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김씨와 두차례나 전화통화를 하고도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김씨는 이양을 납치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덕포시장 인근 아버지의 집에 들렀다가 경찰과 전화통화를 하고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3일 새벽 5시쯤에는 이양의 집에서 30m가량 떨어진 빈집에서 경찰은 김씨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이어 지난 6일 이양은 집에서 직선거리로 50m 떨어진 한 다가구주택의 물탱크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10일 피의자 김씨를 검거했다.

< 부산 |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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