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사회부 김효은 기자]
지난 1989년 당시 20대 청년이던 김인중(가명.48) 씨는 서울 은평구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데다가 자주 과민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그의 어머니 A 씨가 김 씨를 강제 입원시킨 것이다.
이후 김 씨는 이상한 행동을 보일 때마다 강제로 병원에 보내졌고, 지금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김 씨는 "어머니가 나를 입원시키기 위해 112에 신고해서 순찰차를 타고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왜 입원해야 하는지 끝내 어머니로부터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입원 당시 김 씨는 다른 환자와 싸웠다는 이유로 하룻밤을 독실에서 감금 당했다. 상황을 설명하려고 해도 묵살 당했다.
김 씨는 "퇴원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당시 서러웠던 속내를 드러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정신장애인 자립공동체 관계자는 "김 씨가 입웠했던 병원에서는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만 퇴원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퇴원을 바라는 김 씨의 의사는 철저히 묵살됐다"고 말했다.
7년 전부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 씨는 현재 새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신장애인 10명 중 8명은 '강제입원'
우리나라 정신장애인 10명 중 8명은 김 씨처럼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정신보건시설에 입원해 장기간 치료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4일 발표한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신장애인 6만 8110명 가운데 86.2%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거나 강제 응급 입원이었다.
또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해 치료기관에 6개월 이상 장기 입원한 정신장애인은 53%에 달했으며, 전체 환자의 25%는 퇴원 후 다른 시설로 강제 입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타의에 의해 입원할 경우 직계가족을 제외하고 시장, 군수, 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입원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계속 입원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심사 기준을 개정하는 등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정신장애인 대다수가 입·퇴원과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점을 고려, '
정신보건법' 안에 정보제공에 관한 조항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어 정신장애인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필요 시설을 확충하고 '정신병자' 등 편견을 조장하는 용어를 정비할 것 등을 제안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2007년부터 2년여 간 정신장애인의 인권 상황과 관계법령 등 6개 분야에 걸쳐 조사를 벌여왔으며, 지난달 26일 전원위원회에서 해당 보고서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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