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비정규직'합의.. 기다렸던 7월 1일

2009. 7. 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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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8시, 서울 강북구 도시관리 공단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전날과 다름없이 제시간에 출근했다. 뉴스를 보면 일반 사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법 시행과 관련해 2년 이상 근속한 사람들에게 계약 만료 통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데 전날까지도 공단 측으로부터 아무런 얘기도 들은 게 없었기에 일단 출근했을 뿐이었다.

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125명의 계약직 근로자들 중 2년 이상 근속하고 있는 44명은 출근을 했어도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당으로 모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공단 이사장이 설명회를 갖는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는데 머리 속엔 '올 것이 왔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있기를 몇 분, 이내 연단에 오른 이사장은 "2009년 6월 30일 현재 만 55세 이하의 계약직 근로자 분들은 57세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일반직과 똑같이 휴직ㆍ경조사 휴가도 주고, 경영실적평가 결과에 따라 연말에 기관성과급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순간 강당 여기저기선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미 55세를 넘긴 59명을 제외하고, 근속기간이 채 2년이 안되는 11명을 포함한 공단의 계약직 근로자 총 55명은 이날 새로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공단 문화센터 수영장에서 안내일을 4년째 해오고 있는 정모(여ㆍ40) 씨는 "앞으로 17년간은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질 걱정없이 일할 수 있게 정년이 보장된 것 아니냐"며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책임감있게 일하라는 뜻이라 생각하고 일해야 되겠다"고 반색을 표했다. 정씨는 또 "사실 공단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거라 남들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려니 하는 생각이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다"며 "내심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 한시름 놓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부터 문화센터 주차장에서 주차관리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29) 씨는 근속연수가 아직 2년이 안 됐지만 이날 무기계약자 명단에 포함됐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겨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씨는 "또래에 이런 일용직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마음 한켠이 불편하기도 했다"며 "이제 고용불안 문제가 풀리고, 신분도 보장되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편 "회사 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에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온전한 정규직 신분으로 되지는 못한 점, 임금도 예전 수준에 머문 점 같은 것은 아쉽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에 공단 인사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정규직보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에 대해 본인 의사에 반해 계약해제를 통보할 수는 없었다"며 "예산문제 등 여러가지 면에서 제약사항이 있어 온전한 일반 정규직급으로 전환할 수는 없었지만 이 분들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급을 마련해 새로운 임금체계를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정규직법 본래 취지에 맞게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백웅기 기자/kgung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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