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경찰', 112 신고자 되레 범법자로 '형사입건'

입력 2009. 5. 19. 06:18 수정 2009. 5. 1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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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김세훈 기자]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이 관할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건을 묵살하고 이에 항의하는 신고자를 도리어 범법자로 몰아 형사 입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대구 수성구에서 오토바이 수리일을 하고 있는 차선호(35)씨는 지난 달 12일 친 동생처럼 가깝게 지내던 고등학생 박모(16) 군으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20대로 보이는 낯선 남성 3명이 다짜고짜 자신과 친구를 승용차에 감금한 채 폭행한 뒤 갖고 있던 오토바이까지 빼앗아갔고 오토바이를 돌려받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했다는 것.

차씨는 일단 박군 등에게 그 남자들을 다시 만나보라고 권유한 뒤 약속 장소인 대구 남구의 한 공원 부근으로 뒤따라갔다.

차 씨가 도착하자마자 낮선 남자들이 학생의 머리채를 잡고 구석으로 몰고갔고 이를 목격한 차씨가 나서 이를 제지한 뒤 112에 신고했다.

◆ 지구대, "관할 사건 아니다"

문제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관할타령을 하며 사건수사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출동한 대구 남부경찰서 서대명지구대 경찰관들은 피해자인 박군 일행과 피의자인 정모(27) 씨 일행을 지구대로 데려온 뒤 최초 사건 발생지점이 자기 관할이 아니라며 성서경찰서 죽전지구대로 사건을 넘겨버렸다.

당시 서대명 지구대가 작성한 근무일지에는 "(절도 사건으로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했지만) 절도가 아니고 교통사고 야기로 죽전지구대에 인계했다"고 적시해놓고 있다. 폭행, 협박 사건을 엉뚱하게 교통사고 건으로 타 관할 지구대로 넘겨버린 것.

결국 교통사고 건이 아닌 것을 확인한 죽전지구대가 다시 서대명지구대로 사건을 넘겼고 이를 지켜보던 차 씨는 사건수사는 고사하고 접수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서대명지구대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 폭행사건 막은 것이 폭행죄?

그런데 경찰은 갑작스레 차 씨가 가해자인 정 씨 일행을 폭행했다며 차 씨를 폭행혐의로 형사입건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폭행하려던 정 씨 일행을 제지하기 위해 뒷덜미를 잡은 행위가 '폭행'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바로 다음날, 남부경찰서는 차 씨를 폭행 피의자로 불구속입건했다. CBS가 입수한 수사보고서에는 "피의자인 차 씨가 갑자기 나타나 피해자의 뒷머리카락을 잡아당겨 폭행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폭행-협박 사건을 신고하고 이를 막은 선량한 시민을 경찰은 오히려 '괘씸죄'를 적용해 범법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경찰

이후 차 씨는 계속해서 남부경찰서 측에 항의를 했지만 경찰은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차 씨가 검찰과 국가권익위원회에 관련 사건을 진정하고 나서자 경찰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사건발생 한달이 다된 최근에야 경찰은 슬그머니 수사를 시작했고 경찰은 곧 정 씨 등을 갈취 및 공갈 등의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이 수사를 담당하는 남부서 경찰관계자는 "정씨 일행이 오토바이 강취와 금품요구 사실 등에 대해 인정하고 있어, 조만간 이들을 형사 입건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무리하게 차씨에게 폭행 혐의를 씌워 시작된 경찰 수사 역시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차선호씨는 "정말 경찰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112에 범죄 신고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hun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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