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무차별 단속곤란" MB한마디에 뜸해진 性戰

2008. 9. 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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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을 하라는 거냐 마라는 거냐"

긴장감 돌던 장안동ㆍ청량리 평온

"무차별적 성매매 단속을 해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난 24일 밤과 25일 새벽. '성전(性戰)'을 선포하며 연일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던 경찰과 단속을 피해 잔뜩 움츠러든 장안동과 청량리 일대에도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 달이 넘도록 강도높은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찰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내심 힘이 빠지는 분위기. 연일 경찰과 뜨거운 대결을 벌여왔던 서울 장안동, 청량리 일대였지만 이날은 경찰도, 손님도 보이지 않은 채 을씨년스런 빗발만 내리고 있었다.

24일 밤 11시께. 대표적인 집창촌 동대문구 청량리역 근처 속칭 '588' 일대는 조용하다 못해 으스스한 기운까지 감돌았다. 최근까지 경찰과 업주 사이에 고성 섞인 설전이 오갔던 곳이지만 이날은 손님도 경찰도 눈에 띄지 않았다. 길가에 있는 업소들 역시 대부분 불이 꺼진 상태였다. 하지만 업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가게에 접근하는 순간 불꺼진 업소 안에서 사람이 불쑥 나왔다. 업주 신모(여ㆍ52) 씨는 "단속이 계속 오니 자구책으로 불을 꺼 놓고 안에서 살펴보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유독 오늘은 조용한 분위기"라고 말한 그는 "대통령이 무차별적 단속을 하지 말라고 했으니 경찰의 단속도 좀 느슨해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호객 행위를 하고 있던 한 남성은 "오늘 유독 경찰이 안 보인다"며 "손님도 없고 경찰마저 없으니 긴장감이 한꺼번에 확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새벽 2시까지 이날 순찰차량이나 단속 경찰은 눈에 띄지 않았다.

같은 시각, 장안동 역시 썰렁하기만 했다. 간판도 불이 꺼지고 문도 굳게 닫힌 상태. 전통마사지업을 하는 한 업주는 "오늘따라 경찰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간간이 인근 파출소 순찰 차량이 장안동 일대를 지나가긴 했지만 이 곳 역시 단속을 벌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매매업소 근절을 목표로 한 달 넘게 단속을 집중했던 경찰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대문 경찰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기운이 빠지는 건 사실"이라며 "꾸준히 단속하지 않는다면 성매매 근절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단속에 참가했다는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단속 여건이 갈수록 힘들어 진다"고만 말한 뒤 입을 굳게 다물었다.

용산서 관계자도 "이날 단속 활동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한국 사회는 위에서 하라는 대로 '빡세게' 단속하라면 그렇게 하고 느슨히 하라면 느슨하게 하는 것, 그런 것 아니냐"며 퉁명스레 대답했다. 옆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솔직히 대통령의 발언이 단속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좀 더 명확히 지시가 있어야 일선에서도 헷갈리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상수ㆍ서경원ㆍ황혜진 기자(dlcw@heraldm.com)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속도조절 발언에 일선 경찰관들이 성전(性戰)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경찰의 단속이 한창이던 지난 20일 밤 서울 청량리 성매매 거리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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