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청탁' 영부인 사촌 구속.. 의혹 눈덩이

입력 2008. 8. 2. 03:07 수정 2008. 8. 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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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할머니 믿고 30억 줬을까김이사장 선거법적용 안한 건 '입'이 무서워서?세 차례 만남서 '진행 상황'도 안 묻고 돈 줬나?김옥희씨 '누군가'에 돈 전해줄 단순한 배달부?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74ㆍ구속)씨가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부터 18대 총선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편의 사기극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이사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수시로 만났던 인물로 알려져 사건 실체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검찰이 김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사기다. 공천 로비를 할 만한 능력과 의사도 없이 김 이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아 챙기려 했다는 게 검찰이 김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의 요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가 청와대나 한나라당 인사와 접촉한 사실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가 영부인의 사촌언니가 아닌 '친언니'로 행세해왔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 마디로 김 이사장이 김씨와 브로커 김모(61)씨에게 농락당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이 밝힌 이 같은 내용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줄거리다. 김 이사장은 2003년부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을 맡아왔고, 버스 준공영제 추진 과정에서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과도 자주 만났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따라서 김씨의 정체를 오판했다거나 '능력'에 대한 확신 없이 30억원을 건넸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장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지난 2월 개정된 선거법은 공천과 관련해 금품 등을 거래하거나 거래할 의사만 표시해도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도 "기소 단계에서 선거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명백한 선거법 위반 행위를 영장에 추가하지 않은 이유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진짜 주목해야 할 대상은 김씨가 아니라 김 이사장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씨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김 이사장은 사기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나쁜 죄질'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는다. 김 이사장은 공천 이전에 김씨를 세 차례 만났고, 그때 그때 수표를 건넸다. 김씨에게 로비를 맡긴 것이 사실이라면 '진행 상황'을 문의했을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진위 여부를 떠나 김씨로부터 "누구누구를 만나 부탁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개연성도 농후하다. 처벌받을 경우 김 이사장이 폭탄 발언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예 김씨의 역할이 '배달'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전력, 나이 등으로 볼 때 김씨에게 공천을 청탁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김 이사장이 김씨를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돈을 전달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브로커인 또 다른 김모씨(구속)는 "김씨가 청와대와 한나라당, 대한노인회 등 3곳에 10억원씩 가야 한다며 돈을 받아오라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김옥희씨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씨와 브로커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범죄의 소명이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박진석기자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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