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시위가 달라졌다

입력 2008. 6. 2. 15:56 수정 2008. 6. 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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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현장 디카.캠코더 실시간 중계

'배후론'제기한 언론사 광고주 압박

'도로아닌 횡단보도서 행진 무한반복

시위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을 거부하는 웹 2.0시대 시위대가 언론의 역할을 자처하는가 하면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움직임은 관련기업으로 확산 중이다. 이들에게 시위장소는 서울 도심이 아니다. 집에서 시위를 이끌고 있다. 경찰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촛불집회에서도 어김없이 캠코더 부대가 등장했다. 경찰이 담당했던 현장 채증작업에 이제 시위대도 동참한 셈이다. 일방적인 경찰 채증에만 당할 수 없다는 시위대가 곳곳에서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로 집회현장을 누비고 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이제 돌과 화염병, 최루탄 대신 카메라의 총격전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과거와 달리 모든 사람이 경찰, 기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코더로 현장을 찍던 한 시위 참가자는 "촬영을 하려고 하니 경찰 측이 조명을 쏘며 방해했다"며 "이젠 경찰 측에서만 제공하는 증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위대 역시 적극적으로 증거 확보에 나서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위문화는 관련기업 제품 불매운동에서도 엿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에서는 누리꾼들이 촛불집회 '배후론'을 제기한 언론사에 광고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는 '오늘의 광고목록'이란 이름으로 각 언론에 광고를 제공한 기업체 목록이 올라와 있다. 댓글을 통해 한 누리꾼은 "오늘 모 신문 1면에 한 음식점 광고가 있던데, 이 음식점은 이제 이용하지 않겠다"며 기업체를 압박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신문사 1~3면 광고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써놓기도 했다. 미 쇠고기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정부를 넘어 언론, 기업에까지 영향력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시위는 집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최모(17) 군은 "거리가 멀어 직접 광화문까지 가지 못하지만 집에서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집회 현장 생중계를 보며 촛불집회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계가 오프라인 시위를 촉발하는 상승효과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준법시위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2일 새벽에는 경찰의 진압으로 인도로 밀려난 시위대가 서울 시청 인근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준수하며 오가는 '무한반복횡단' 촛불시위를 벌였다.

새로운 집회문화로 엄중 단속을 표방했던 경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살수차나 소화기를 동원하며 시위대를 통제하고 있지만 강경진압이라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날 시위를 지켜보던 전직 경찰 모임인 경우회 한 회원은 "물을 직접 사람에게 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찰의 선택이 쉽지 않다. 이길범 경찰청 경비국장은 "시위대 인원이 한두 명도 아니고 초반부터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워낙 많다 보니 도로점거에 대한 단속이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시위대를 진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공안당국 내부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강경대응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시위대가 스스로 촛불을 끌 수 있는 명분을 주도록 검.경 차원의 논의가 아닌 대승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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