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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요정 야사

일요신문 | 입력 2008.02.01 16:02

 




'신문쟁이'로 뼈가 굵은 방 회장이 내로라하는 정치인들 같은 유명인들만 상대했던 것은 아니다. 세상을 요리한 당대 최고의 요정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정치야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책에는 '요정정치'가 판을 치던 1950년대 말 자유당 정권 당시 방 회장이 고급요정을 드나들며 만난 여인들에 대한 얘기도 나와 있다. 당시 장안에서 이름난 요정으로는 효자동의 '청운각', 단성사 건너편의 '대하', 청진동의 '장원' 등이 있었는데 행세께나 한다는 정치인과 재벌, 장성들이 그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당시 이름난 요정의 주인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경영수완을 지니고 있는 여장부였다고 한다. 방 회장은 1975년 처음으로 요정이란 곳을 구경하게 됐는데 그곳이 청운각이었다. 청운각의 '아마이'는 함경도 출신으로 뛰어난 서비스로 손님들을 잘 다루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당시 요정 입장에서는 돈은 별로 없으면서 험하게 노는 기자들이 탐탁한 손님이 아니었던지라 '수습기생'들을 기자들 술자리에 들여보내곤 했는데 이에 기자들이 나름의 꾀를 냈다고 한다. 방 회장 일행은 방에 촛불만 켜놓고 '아이고 아이고' 곡을 했는데 그러면 옆방 손님들이 재수 없다고 나가버렸고 방 회장이 있는 방에도 일급기생들이 들어왔다는 것.

황해도 출신의 마담 김복희가 있던 대하에는 같은 황해도 출신인 김형욱 중정부장이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5·16 후 민정 이양을 앞두고 '혁명' 주체인 김형욱, 이후락 등이 언론사 발행인들과 이곳에서 모인 적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어색했다고 한다. 이때 김 마담은 '혁명이 무엇인가 했더니 대접받는 사람들은 그냥 남아 있는데 술 사는 사람이 바뀐 것이군요'라는 재치 있는 말로 분위기를 바꾸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는 것.

기생들의 응원 4파전에 얽힌 얘기도 재미있다. 1958년 송인상 씨가 재무장관에 취임하면서 1년에 한 번씩 경제부처 출입기자단 축구 대항전을 열었는데 이날이 오면 중앙청 광장에선 때 아닌 기생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고 한다. 청운각 기생 20여 명이 몰려와 재무부팀을 응원하자 상공부는 청운각 대하의 기생들을 동원했으며 농림부는 은벽장, 부흥부는 장원에서 기생들이 나와 자연스레 응원 4파전이 벌어졌다는 것. 당시 청운각의 키 큰 기생이 재무부팀 골키퍼로 기용돼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는데 대회가 끝나면 장관들이 주는 격려금으로 각 부처 단골 요정으로 몰려가곤 했다고 한다.

또 기자들은 돈은 없어도 의리가 있어 기생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도와줬는데 선운각에서 나온 기생들이 분점을 낼 때 후원금을 모아 도와주기도 했던, 낭만이 있던 시절이었다는 게 방 회장의 술회다. 이런 인연으로 후에 50대를 넘긴 왕년의 기생들과 재무부 출입기자 출신 모임인 재우회 멤버들이 친목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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