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신화 이뤘던 '성신제 피자' 급변하는 환경 적응못해 끝내 도산

2007. 11. 2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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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피자의 대표 성공사례였던 성신제 피자(사진)가 망했다. 외식업체 그라노스는 29일 "성신제 피자의 상표권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성신제 피자는 지난달 23일 관할관청에 폐업신고를 했다.

성신제 피자의 성신제(60) 대표는 그 동안 장인정신과 7전8기 성공신화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경기고·서울대 출신, 1981년 첫 사업 부도, 85년 미국 피자전문점 피자헛 국내 첫 도입, 93년 본사와의 갈등으로 52개 피자헛 지분 모두 매각, 96년 치킨전문점 케니로저스 로스터스 창업, 97년 외환위기 사태로 부도, 98년 성신제 피자 창업.' 오뚝이 같은 이력은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의 본보기였고 각종 방송과 대학강연의 단골 소재였다.

직원 4명의 소규모 업체 사장이 84년 미국 펩시코 사장을 무작정 찾아가 재벌업체를 제치고 피자헛 계약을 따냈던 일이나, 50세에 맞은 수백억원대 부도와 자살 유혹을 이기고 재기한 그를 일컬어 사람들은 '외식업계의 귀재' 또는 '한국 피자업계의 대부'라고 불렀다.

성신제 피자는 자연 숙성된 반죽, 가급적 기름을 쓰지 않는 조리 방식, 담백한 맛을 앞세워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피자라는 타이틀로 승승장구했다. 때마침 불어온 웰빙열풍으로 2004년에는 매장이 전국적으로 22개에 달했다. PC통신 식도락 동호회에서 인정받는 맛있는 피자였고 매장에 찾아온 이탈리아인으로부터 "이태리 피자의 맛이 살아 있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성신제 피자는 급격히 바뀐 외식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국내 외식시장 규모는 65조원으로 커졌고, 외식 장소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등 해외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이 급부상했다. 피자헛,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파파존스피자 등 피자업체의 활발한 마케팅으로 피자가 대중화되며 소비자가 매장에 나오기보다 배달주문하는 빈도가 늘었지만 성신제 피자는 적응하지 못해 배달주문시장에서 밀렸다. 피자업계 관계자는 "성신제 피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3년전부터 경영난과 임금체불 항의에 시달리던 성신제 피자는 결국 올해 문을 닫았다.

상표권을 인수한 그라노스는 가맹점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새 본사와 옛 사장인 성 대표간의 인수인계가 잘못됐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어 성신제 피자를 계속 맛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차윤경 기자 ros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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