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공계.. 석·박사 지원자도 없다

입력 2007. 9. 2. 21:27 수정 2007. 9. 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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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공계 대학원들이 지원자를 확보하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원은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출신 학생들로 입학정원을 채우고 있다.

2000년만 해도 이공계 대학원은 지원자가 하도 많아 실제 입학생 수는 정원을 훨씬 초과했다. 2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국 공학계 대학원의 충원율(정원 대비 입학자 수)은 석사 125.3%, 박사 208.6%였다. 자연계의 석·박사 충원율은 148.1%, 175.7%였다. 그러나 6년이 뒤인 지난해 공학계 대학원 충원율은 석사 79.4%, 박사 69.2%로 뚝 떨어졌다.

석·박사 부족 현상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해져 일부 대학원은 동남아 출신 유학생들이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김옥현 충북대 공대 학장은 "일부 대학에서는 동남아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위한 경쟁력 있는 직업군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국내 대학원을 찾는 학생은 갈수록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미석 선임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발표한 '대학원 석·박사 재학생 조사'에서는 비수도권 대학원생의 46.7%(공학계)와 49.6%(자연계)가 재학 중 외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다고 응답했다.

서울 지역 대학원들은 지방에 비해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우수 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고민 중이다.

올해 6월 서울대 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김모(30)씨는 고민 끝에 이번주 토요일 미국으로 떠난다. 김씨는 "미국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2년 정도 지내면서 현지 일자리를 찾아볼 계획"이라며 "군복무 부담이 없는 여자들은 석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해외로 나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인 김수원 고려대 공대 학장은 "우수한 중국 학생을 한 명 데리고 있었는데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버렸다"며 "이공계 분야는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우수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사 진학자보다 석사 진학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서울 지역 공과 대학원 석사 입학자는 2002년 7367명에서 지난해 6243명으로 1100명 줄었다. 같은 기간 박사 입학자는 1288명에서 1273명으로 15명밖에 줄지 않았다. 석사인력 감소는 중·장기적으로는 박사인력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인력 수급 전망(석·박사급)'에서 2014년까지 공학 분야 전문인력이 9100명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IT와 BT 분야는 2015년까지 각각 6만4300명과 5500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진미석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출신 해외 박사들은 상당수가 공부를 마친 뒤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취업하려는 추세"라며 "이공계는 교수 혼자 연구 실적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석·박사가 줄면 대학원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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