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산업계 흔들 '교수 이공계 위기'

2007. 8. 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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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대 교수공채 실패 교훈 삼아야"

"국내 대학들 구조조정ㆍ체질개선 없으면 위기타개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서울대 공대가 사상 처음으로 신임교수를 1명도 채용하지 못한 것은 그동안 학부ㆍ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운위되던 이른바 `이공계 위기론'이 교수 사회에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공대는 9월1일자로 발령 예정인 올 2학기 신임교수 7명(기금교수 1명 포함)에 대한 공채를 실시했으나 지원자들이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아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학계에서는 `이공계 위기론'이 제기된 지 오래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커녕 오히려 심화된 것을 두고 학계의 풍토가 변화해야 하며 이공계 교육과 진로에 대한 전 사회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갈수록 심각해지는 위기 = 국내 최고학부라고 자부하는 서울대의 교수직에 도전한 인물들이 단 1명의 예외도 없이 `강단에 서기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은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공대 측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배경을 두고 "해당 분야에 맞는 전공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대부분 학문적 성취(연구 실적)가 수준 미달이었다"라며 "알맞은 인재는 대부분 해외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해당 분야'란 기계항공, 전기ㆍ컴퓨터, 재료, 에너지시스템, 조선해양 등 5개 분야다. 공학의 여러 분야에서 학생을 교육하고 연구 결과를 내놓을 만한 마땅한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응용학문인 공학 뿐만 아니라 기초학문인 자연과학에서도 `이공계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대 자연대 역시 물리ㆍ천문학부는 신규 교수 공채에 3년 넘게 애를 먹다 작년에야 가까스로 교수 임용에 `성공'했다. 그나마 투명성 논란의 걱정이 없는 공채 방식을 포기하고 특채로 우수 인재를 초빙한 결과다.

오세정 자연대 학장은 "교수 공채에 수많은 지원자가 몰리기는 하지만 마땅히 채용할 만한 인재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지원자 수준 미달로 교수를 뽑지 못하는 학부(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 "대학 체질ㆍ풍토 개선 시급"… 자성의 목소리도 = 이같은 사태는 변화가 더디고 비효율적인 대학 행정, 평등주의와 안일함에 매몰된 학계 풍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도연 공대 학장은 이를 ▲ 경쟁 없는 대학 풍토 ▲ 연구비, 연봉, 정년 등 연구조건을 동등하게 맞추려는 평등주의 팽배 ▲ 국내의 부실한 교육환경 ▲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대학행정의 복잡성과 비효율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설명했다.

김 학장은 "채용과 동시에 동일한 연봉과 정년을 보장받고 연구비를 나눠 갖는 관행이 아직 존재한다"라며 "퇴출이 자유롭지 않은 교수 사회가 정체와 퇴보를 부추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의 한 이공계 교수도 "이공계 위기는 안정된 자리에 안주한 교수와 체질 개선을 게을리한 대학이 자초한 결과"라며 "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이공계 위기'를 타개하려면 사회 각 분야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와 연구기관 연구원을 지망하는 박사급 인력들이 이용하는 `하이브레인'(www.hibrain.co.kr)에서도 이번 사태를 두고 `충격적이지만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이용자는 "이번 서울대 공대 교수공채의 지원자들이 전체적으로 경력이 충분치 않고 연구실적도 기대 이하인 데다 외국 학위자들이 국내 진입을 꺼려 해외파 지원자가 극소수였다고 전해들었다"며 "이공계 위기가 교수 사회에서도 쓸만한 인재 부족으로 몰아닥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해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이용자는 "선진 대학은 연구강도가 높은 대신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며 시설, 행정, 연구정착비 등의 측면에서 훌륭한 연구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이용자는 "`애국심'에 호소해 인재를 확보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국내 대학들의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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