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6∼17일 이틀 동안 구미시 올림픽기념관에서는 '우리시대의 음식문화와 민속학'이라는 이색적인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린다. 실천민속학회(회장 한양명)가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우리 시대의 일상문화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주제를 '먹거리'로 정했다. 주제발표 가운데 떡볶이, 부대찌개, 삼겹살이 왜 유행하는지 서현정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의 주제발표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음식문화·민속학'학술대회 16∼17일
떡볶이, 삼겹살, 부대찌개라는 이 세 음식은 현재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다. 그런데 이 세 음식은 매운 김치처럼 6·25전쟁 후 만들어진 새로운 음식이라는 또 다른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름 자체에서부터 전쟁의 경험을 나타내는 부대찌개에서는 쉽게 그것을 알 수 있지만 떡볶이나 삼겹살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50년 전까지도 떡은 있었지만 고추장에 버무린 떡볶이는 없었고 돼지고기 구이는 있었지만 삼겹살만 구워먹는 것도 없었다.
떡볶이
전쟁 직후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나 노점상들이 일을 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떡만으로 부족하다 생각하여 떡을 꼬치에 끼워 구워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떡 꼬치가 잘 팔리면서 떡 꼬치에 양념을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양념을 넣고 떡을 볶아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와 같은 떡볶이의 시작이라고 한다.
당시 양념은 대파를 크게 썰어 양념간장에 절여 넣고 맛에 강도를 더하기 위해 고춧가루를 첨가한 것이다. 이런 떡볶이는 1970년대 사람들의 입맛이 변화하면서 고춧가루로는 부족하여 고추장을 넣게 되고 단맛을 강조하기 위해 설탕도 넣게 되었다. 최근에는 단맛을 강화하고 더욱 보기 좋게 먹음직스럽게 만들기 위해 물엿까지 듬뿍 넣고 있다. 더욱이 대파에 불과하던 곁들임의 종류도 삶은 계란, 어묵, 양배추, 튀긴 만두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늘어났고 반으로 가른 굵은 가래떡이 아닌 가늘고 긴 떡볶이용 떡을 이용하게 되었다. 이 떡은 쌀떡이 아니라 밀가루가 섞인 것이었다.
삼겹살
한국 음식에서 양념을 하지 않은 고기를 불에 직접 구워먹는 것은 적어도 일제시대까지도 그다지 선호되는 조리법이 아니었다. 삼겹살이 지금과 같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은 △1960년대 소주 값이 떨어지면서 그에 어울리는 안주로 값싼 돼지고기를 구워먹게 되었다는 것 △탄광에서 분진을 많이 마시는 광부들이 목의 분진을 삼겹살의 기름기를 통해 걷어내고자 먹기 시작했다는 것 등이다.
삼겹살을 누가 언제 처음 본격적으로 먹거나 판매하기 시작했는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아직 없다. 실제로 삼겹살이 한국의 음식문화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을 돌이켜보면 기껏해야 1990년대 이후, 즉 10여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80·90년대 이후 한국 사회가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사람들의 육류 소비 역시 과거에 비해 급격한 증가를 이루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기의 질과 맛을 더욱 중요시 하게 만들었고 이때 삼겹살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기름기가 그것을 충족시켜 주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부대찌개
부대찌개는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식 중에서도 햄과 소시지, 혹은 잡동사니 고기류를 넣어 만들어 끓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록 햄이나 소시지 등의 서구 식재료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지만 부대찌개에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강한 한국적 특성이 들어있다. 그 첫째는 국물이 있는 찌개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얼큰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햄과 소시지를 얻었을 때 왜 미국사람들처럼 구워먹거나 볶아먹지 않고 찌개를 끓이게 되었을까? 기름진 육류를 한국식 맛과 방식으로 소화해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따라서 햄, 소시지의 강한 맛이 얼큰한 양념, 김치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부대찌개는 현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서민들이 좋아하는 대표음식이 되었다.
공통적인 특징
이들 음식이 가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의 음식 전수는 물론 개발, 발전이 음식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즉 가정 음식이 아니라 음식점용 음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화라는 논리에 맞추어 재탄생되고 변화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변화는 우선 보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또한 맛도 각각의 소비자들이 지닌 입맛이나 지역성, 취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선호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모든 음식의 맛을 동일하게 만들고 첫 맛에 가벼운 만족을 주는 조미료의 맛이 현대 음식의 맛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판매를 위한 음식은 쉽게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달고, 맵고, 짜고, 기름진 자극적인 맛이 강화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맵고 단 최근의 떡볶이, 얼큰하고 기름진 부대찌개, 살코기보다 지방이 더 많은 삼겹살이 등장하고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