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노동자들이 FTA 반대하는 이유

2006. 7. 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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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권예지·전진휘 기자]

▲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쟁취 및 한미 FTA 저지를 위한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8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다.
ⓒ2006 전진휘

낮 최고 기온 28도. 가만히 앉아있어도 더운 날씨인데도 8000여명의 노동자들은 두 손을 번쩍 들어 붉은 글씨로 적힌 '한미 FTA'라는 대형 천을 찢었다. '한미 FTA'라는 이름의 대형 악마 모형도 불태워졌다.

8일 오후 대학로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3시간 동안 열린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쟁취와 한미FTA 저지'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노동자·농민 다 죽이는 한미 FTA 저지하자", "신자유주의 노동정책, 투쟁으로 박살내자"는 구호를 함께 연호하며 힘하게 팔뚝질을 해댔다.

휴일 무더위 속의 노동자들. 이들은 왜 한결같이 한미 FTA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걸까?

"한미 FTA 체결되면 평등하게 교육받을 기회 박탈당할 것"

계명관(39·외환은행 소속)씨는 "한미 FTA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닌 제2의 을사늑약"이라며 "협상이 체결되는 미국의 경제, 군사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FTA 반대 미국 원정시위에 참가했던 계씨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 경제는 미국의 자본 논리에 무너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멕시코처럼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설윤환(37·그랜드 하얏트 서울노동조합 소속)씨는 한미 FTA 체결 이후 진행될 사회 양극화를 우려했다. 그는 특히 농업 분야에 대해 "한국쌀이 아무리 질이 좋아도 (가격 때문에) 돈 없는 사람들은 사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가격이 싼)미국쌀을 사먹게 되고, 결국 한국 쌀 시장은 죽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가정의 가장인 설씨는 "외국 대학들이 들어오면 분명 높은 등록금을 제시할 것이고, 분명 돈 있는 사람들이 쉽게 대학에 가게 된다"며 "평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원(30대·건강보험공단 직장노동조합)씨는 "이제 부자들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 FTA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개방되면 병원 진료의 질이 어떻게 될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솔직히 한미 FTA가 체결돼도 먹고사는 데 문제는 없겠지만, 체결 이후 의료계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며 "모든 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진료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자(SK텔레콤)는 "한미 FTA는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단점이 더 많다"며 "외국계 회사가 한국에 들어와 국내 회사를 먹어버릴 수 있고 이는 고용 불안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협상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으로서, 고용 불안은 가정의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쟁취 및 한미 FTA 저지를 위한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8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다.
ⓒ2006 전진휘

"한미FTA에 반대하지만..."

한편 김아무개(38·한국수자원공사)씨의 경우 "한미 FTA에 반대하지만, 한국노총이 반대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반대하고자 참가했다"면서도 "한미FTA에 대해 알고 싶어도 구체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교육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정길호 한국노총 홍보선전부장은 "한미 FTA와 관련된 토론회나 소식지 등 교육을 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워낙 많아 접촉이 안된 것 같다"며 "매일 소식지 3천개와 한 달에 한번 기관지를 배부한다,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들이 있기에 충분히 열람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권예지·전진휘 기자

덧붙이는 글권예지, 전진휘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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