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광어 기생충 잡으려고 포르말린 투약?
[오마이뉴스 박상표 기자]
▲ 지난 5월 17일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수산동물용 기생충 구제제 안전사용 지도지침'과 관련한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완도해양수산사무소의 공문. |
ⓒ2006 박상표 |
발암물질인 포르말린을 양식어류의 기생충 약으로 써도 될까?
해양수산부가 지난 5월 발암물질인 포르말린을 양식어류의 기생충 약으로 써도 무방하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시도 해양수산청에 내려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공문은 해양수산부가 외부 연구용역팀에 조사연구를 맡겨놓고 그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내려보낸 것이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외부 연구용역팀은 포르말린 안전성 논란이 일자 해양수산부가 관련분야 전문가로 꾸린 팀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 17일 '수산동물용 기생충 구제제 안전사용 지도지침'을 각 시도 해양수산청에 내려보냈다. 이 공문에 따르면, 어업인들은 해양수산사무소에서 처방전을 발부받아 포르말린을 양식어류에 직접 투여할 수 있다. 다만 어업인이 요청할 경우에는 해양수산사무소 지도공무원이나 수산질병관리사가 입회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수생동물(어패류) 질병전문가들은 "이 지침은 국민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포르말린은 37% 포름알데히드 수용액으로, 중합 방지를 위해 8∼12%의 메탄올을 첨가한 무색 투명한 액체다. 다량을 복용하면 심장쇠약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독극물이다. 쉥케(schenke) 보고서(1981년)에 따르면 공기 중 30ppm 농도에서 1분간 노출되면 기억력 상실, 정신집중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100ppm이상 마실 경우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포르말린은 동물실험을 통해 발암성이 입증됐으며 ▲유전적 변이 ▲호흡기성 질환 ▲알레르기 질환 ▲중추신경 질환 ▲여성의 월경불순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내분비 교란물질)이다.
▲ 지난 5월 17일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수산동물용 기생충 구제제 안전사용 지도지침' 중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문건. |
ⓒ2006 박상표 |
지난해 9월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해양수산부가 2000년 3월 어민들에게 배포한 <수산기술지> 제7호에 양식 수산물 체외기생충의 예방 및 치료약으로 말라카이트 그린과 함께 포르말린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됐었다.
국내 언론도 오래 전부터 특별규제내용없이 양식어류에 포르말린을 사용하는 문제점을 보도해왔다. 2004년 7월 29일자 <한겨레> 기사에도 광어양식장 일부에서 스쿠치카라는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 포르말린을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수산원 연구보고서 <화학처리에 따른 성장기 넙치(광어)의 급성독성 효과>(1997)에서도 "포르말린, 이산화염소, 과산화수소 중 포르말린은 다른 둘에 비해 저농도에서도 치사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 매우 유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과산화수소의 양식장 처리는 다른 두 처리군에 비해 안전하며, 넙치의 세균 및 기생충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 향후 수질 및 어체내 화학물질의 잔류농도 등 다양한 안정성 검사를 거친다면 넙치양식에 과산화수소는 효과적인 대체 화학제로 역할이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 연구용역에 참여한 박세창 서울대 수의과 교수(수생동물질병학)는 "이 지침은 미국의 사용지침을 그대로 베낀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의 실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해양수산부 지침에 따르면 사용어종을 송어·연어를 제외한 어종, 보리새우, 어류의 수정란으로 나누고 있으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광어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르말린을 기생충 구제제로 허가하기 전에 어종에 따른 효능, 잔류 그리고 환경적 연구까지 마쳤어야 했는데 아무런 연구기반 없이 사용을 허가했다"며 "전문인력의 판단이 배제된 채 수산공무원과 수산질병관리사가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 및 투약행위를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박세창 교수를 비롯 부산대와 군산대 수산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을 연구용역팀으로 꾸렸으며, 올 7월까지 '포르말린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한편,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수부의 연구용역팀 일원으로 참가한 박세창 교수가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서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7월말이면 연구용역결과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며, 미비점은 보완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산하 해양수산청에 내려보낸) 포르말린 사용기준과 배출기준은 미국 지침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한 것"이라며 "물론 현재 국내에서 동물약품으로 승인된 포르말린 제품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서 해양수산부는 희망 동물약품회사 5개를 발굴해 9월 중순 목표로 약품개발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산동물의 생체 잔류기준이나 안전성 검사는 식약청 소관이고, 동물약품 승인은 검역원에서 맡고 있다"며 "해양수산부는 수의사를 관장하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수산공무원, 수산질병관리사와 관련한 지침만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어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연구용역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지침을 내린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어민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포르말린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지도계몽을 목적으로 빨리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생동물(어패류) 질병 전문가들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고, 승인된 포르말린 기생충 구제제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지도지침을 내린 이유를 모르겠다"며 "포르말린 사용지침을 내린 해양수산부의 이번 조치가 수산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초래해 '광어' 등 어류를 양식하는 어민들에게 제2의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와 같은 피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인 수의사가 완전히 배제된 채 테크니션에 불과한 수산공무원과 수산질병관리사가 질병의 진단과 치료 및 투약행위 등 수의사 고유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한 해양수산부의 공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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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기자
덧붙이는 글박상표 기자는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http://vetnews.or.kr)의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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