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그놈 목소리' 아동 유괴·납치 여전

박대로 2011. 5.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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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실종아동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한다는 '세계 실종아동의 날'(매년 5월25일)이 제정된 지 28주년을 맞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어린이에 대한 유괴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Y양은 3월 초순 집 근처 역을 지나다가 하마터면 유괴를 당할 뻔했다.

Y양은 3월10일 역사내 화장실에 들렀다가 한 중년여성으로부터 기습을 당했다. 이 여성은 Y양을 뒤에서 껴안으며 마취제가 묻은 거즈로 코와 입을 막았고 Y양은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의식을 되찾은 Y양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여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범인들은 애원하는 Y양을 마구 때리며 알약 1개를 주더니 먹으라고 윽박질렀다. 알약을 삼키는 척하며 입에 문 Y양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범인들은 여자 동료 1명과 함께 다녀오라며 허락했고 근처 화장실에 도착한 Y양은 때마침 작업을 하던 청소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도망쳤다.

Y양처럼 부모 품으로 돌아오는 아동들이 있지만 끝내 실종 처리되는 아동들도 상당수다.

최근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전국에서 발생한 아동 유괴 사건은 총 74건으로 하루 평균 발생건수는 0.2건이었다.

아동 유괴가 가장 빈발하는 시간대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전체 사건의 66.7%가 이 시간대에 발생한 것이다.

발생 장소는 주로 길거리(40건·54.0%)였다. 기타(20건·27.0%), 주거지(11건·14.9%), 학교(3건·4.1%)가 뒤를 이었다.

인구당 아동유괴 발생비율이 높은 지역은 평택, 구리, 양산 순이었다. 특히 평택시의 사건 발생비율은 전국 평균의 14.5배에 달했다.

검거된 범인은 대부분 '모르는 사람'(81%)이었고 지인, 친족, 이웃 등 아는 사람은 13.9% 수준이었다.

유괴범의 직업은 무직자(58.7%), 피고용자(23.9%), 학생(6.5%) 순이었고 범행 동기는 우발적 범행(36.1%), 타인의 유혹(11.1%), 유흥비 마련(8.3%)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유괴 수법은 좋아하는 것을 주겠다며 유인하는 '호기심 유발형', 싫다고 해도 억지로 끌고 가는 '물리적 강제 동원형', 아는 사람이라며 함께 가자고 하는 '지인 사칭형', 같이 가서 도와 달라고 하는 '동정심 유발형' 등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아동을 상대로한 유괴가 횡행하는 원인으로 유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김승환 실종가족센터장은 "유괴범을 붙잡더라도 '아이가 울고 있기에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데리고 갔다'고 핑계를 대면 사실상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결책은 철저한 예방뿐"이란 원론적인 말이 힘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 위탁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유괴예방 3단계 구호인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를 숙지시키고 누군가가 강제로 데려가려하면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발버둥을 치고 사람이 많은 밝은 곳으로 뛰어가라고 가르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아가 부모는 자녀의 인적정보를 옷과 신발에 적어두고 어떠한 경우라도 아이를 혼자 두지 않아야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자녀가 유괴되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한다고 조언한다.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관계자는 "유괴 후 장기실종으로 이어지더라도 가족들이 신고와 동시에 유전자 채취에 응하면 향후 유전자 대조를 통해 자녀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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