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등' 강요받은 高3, 모친 살해뒤 방치(종합)

김동호 입력 2011. 11. 24. 10:02 수정 2011. 11. 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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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 성적 고친거 들통나면 체벌받을까 겁났다"

범행 전날도 골프채·야구배트로 10시간 맞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더 좋은 성적을 받아오라는 집요한 강요를 견디다 못해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썩을 때까지 방치한 고3 우등생이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모친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내버려둔 혐의(존속살해 및 사체유기)로 고등학교 3학년 A(18)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3월13일 오전 11시께 광진구의 다세대주택 자택에서 부엌에 놓인 흉기로 어머니 B(51)씨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뒤 8개월간 시신을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경찰에서 "어머니가 '학부모 방문의 날'인 다음날 학교에 오기로 돼있었는데 모의고사 성적표에 전국 4천등을 한 것을 62등으로 고쳐놓은 게 들통나면 무서운 체벌을 받게 될까 봐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

범행 전날에도 B씨는 62등으로 위조한 성적표를 보고서 "더 잘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A군을 엎드려 뻗치게 시키고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번갈아가며 10시간에 걸쳐 체벌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어머니 B씨는 A군에게 직업관이나 꿈을 키워주기는커녕 "서울대 법대를 가라만 가고.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 "전국 1등을 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으며,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주거나 잠을 못자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적표를 위조해 보여줬던 A군은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와서부터 성적이 조금씩 떨어져 최근 응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3등급 정도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활달한 성격의 A군은 평소 교우관계가 원만했으며 범행 후에도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라면을 끌여먹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의 등쌀에 5년 전 아버지가 가출한 뒤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게 된 A군은 특별히 반항하거나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은 적도 없었으며, 범행 후 어머니가 계속 꿈에 나왔다며 경찰에서 울며 자백하는 등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웃과 친지들이 살해된 B씨의 행방을 물어오면 "어머니도 가출했다"고 둘러대 의심을 피했으며, 시신이 보관된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B씨와 별거하며 매월 12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보내오던 아버지가 1년 만에 집에 들렀다가 A군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은 점, 안방 문이 본드로 막혀 있는 점 등을 이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해 결국 범행이 드러났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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