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여직원(제주 지점) 遺書엔.. "회장님, 고객 돈 꼭 돌려주세요"

제주 2013. 10. 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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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항의 받고 괴로워하다 車에서 목숨 끊어.. 평소 꼼꼼한 일처리로 평판 좋았던 1남1녀 어머니

'동양 회장님 개인 고객들에게 정말 이럴 수는 없습니다. 고객님들에게 (투자금액을) 전부 상환해 주세요.'

지난 2일 자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은 동양증권 제주지점 직원 고모(여·42)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에게 이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는 3일 A4 용지 2장에 고씨가 쓴 유서를 고씨 가족으로부터 입수했다. 유서 한 장은 가족에게, 다른 한 장은 동양그룹 현 회장에게 남기는 내용이었다.

'동양 회장님'으로 시작하는 유서에는 동양증권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하면서 고씨가 일부 투자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고객들의 피해를 걱정하며 괴로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씨의 유서에는 '회장님, 개인 고객들에게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이런 일을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직원들에게도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고씨는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도 믿었고 정말 동양그룹을 믿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네요'라며 '하루속히 개인 고객 문제를 전부 해결했으면 합니다. 고객님들 (투자 금액) 전부 상환 꼭 해주십시오. 끝까지 책임 못 져서 정말 죄송스럽습니다'라고 적었다.

고씨는 투자 상품을 판매하던 직원으로 평소 일 처리가 꼼꼼하고 수익률도 좋아 동료 직원과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44)과 딸(14), 아들(11)을 둔 고씨는 지난달 30일 동양그룹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심적인 고통에 시달렸고,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 유족은 "고씨가 법정관리 전날에도 걱정하지 말라는 회장의 말을 믿고 일했는데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지난 1일부터 집을 나가 바다에 뛰어드는 등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전날인 2일엔 서울 강남 동양증권 30대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수면제를 과다 복용했다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직원은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양증권 직원과 개인 투자자들은 3일 잇따라 동양그룹 현 회장 집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이날 낮 12시쯤 서울 성북동 현 회장의 집 앞에는 동양증권 지점장과 창구 직원 등 200여명이 검은 양복과 흰색 마스크 차림으로 "현 회장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를 철회하고 고객과 직원에 사과하라"는 구호 등을 외치며 한 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오후 1시쯤에는 개인 투자자 50여명이 몰려와 '동양그룹 일가는 서민의 피와 땀을 돌려줘라', '공범, 금감원도 책임져라'고 적힌 흰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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