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A 군은 어떻게 보이스 피싱 총책이 됐나?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2016. 6. 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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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범행에 끌어들이는 한탕주의의 유혹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5월, A(18) 군은 동갑내기 또래 B(18) 군을 만나 보이스 피싱 수법을 전수했다.

A 군의 교육을 받은 B 군 등 10대 청소년 6명은 올 5월부터 6월까지 금융감독원 직원과 경찰을 사칭해 피해자들로부터 1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

이들에게 보이스 피싱 수법을 전수한 A 군은 18살의 어린나이에 중국 보이스 피싱 조직 국내총책 자리에 올랐다.

그렇다면 A 군은 어떻게 국내총책 자리에까지 올랐을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단번에 큰 돈 벌어" 한탕주의 넘어간 10대들

10대 국내총책 A 군을 보이스 피싱 범행에 끌어들인 사람은 중국 보이스 피싱 조직의 또 다른 국내총책인 김 모(28) 씨.

김 씨는 속칭 '해결사'라 불리는 국내총책 역할을 수행하며 국내 조직원들을 관리 감시하면 일반 조직원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말로 A 군을 꼬드겼다.

단숨에 돈을 벌 수 있다는 김 씨의 유혹에 A 군은 국내 총책 자리에 올랐고 B 군 등 10대 조직원 6명을 직접 관리 감독했다.

이 과정에서 A 군은 전달책과 감시책으로 팀을 구성해 항상 2인 1조로 움직이게 하는 등의 치밀함까지 보였다.

수년전부터 기승을 부린 중국 보이스 피싱 범죄는 최근에는 이처럼 10대 청소년들까지 포섭해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 방법 또한 진화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의 접속이 잦은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인 알바X, 알바XX 등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공고글을 올려 국내조직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단숨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한탕주의의 유혹에 A 군과 같은 10대 청소년들이 보이스 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 김선기 지능1팀장은 "청소년들이 구인사이트서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 연락을 하면 보이스 피싱 조직인 경우가 자주 있다"며 "보이스 피싱임을 알았는데도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니깐 청소년들이 쉽게 현혹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붙잡힌 B 군 등 6명은 검거 당시에 현금 45만 원과 명품지갑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김 팀장은 "실제 B 군 등 청소년들이 범행을 할 때 차량도 렌트하고 돈도 수십만 원씩 쓰고 다녔다"며 "이런 행동이 그 나이 때는 로망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총칼을 들어야만 범죄라고 생각해"

최근 중국 보이스 피싱 조직에 10대 청소년들의 가담이 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쉽게 할 수 있는 범죄라는 점이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기계와 모바일에 능통한 10대들이 보이스 피싱에 가담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며 "반대로 기계에 서툰 기성세대들은 이런 10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B 군 등에게 속은 피해자들은 "정장과 구두를 빼입고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며 위조문서를 보여주는 이들을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며 "능수능란했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10대들이 보이스 피싱 범죄에 쉽게 빠지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범죄보다 죄의식이 덜 하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이 교수는 "10대들이 보이스 피싱 범죄에 대해 총칼을 들고 하는 범죄보다 죄의식을 적게 가지는 경향이 있다"며 "보이스 피싱은 사기라는 중대한 범죄임을 인식해야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 역시 "보이스 피싱 가담자는 청소년이라고 해도 구속수사가 원칙이며 징역형 등의 높은 형량이 내려지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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