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데이트 폭력 근절하겠다"며 단체 소개팅 참석 물의
[경향신문] 경찰이 ‘데이트 폭력’ 근절을 명분으로 남성 미혼 경찰관과 미혼 여성의 미팅행사를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을 보호대상으로 여기는 차별”이라며 반발했다.
대구여성회, 대구여성의전화 등으로 구성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2일 대구 남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부경찰서가 지난달 중순 ‘안전한 사랑을 위한 제안’이라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예 경찰관과 데이트하자’는 홍보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 회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데이트 폭력 관련 미팅 이벤트가 아니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일부는 “오빠는 필요없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홍보 문구에서 “멋진 젊은 경찰관이 기다리고 있다”거나 “오빠가 지켜줄게”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고 여성단체들은 밝혔다. 경찰은 이후 지난달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치킨 가게에서 여성 20명과 남성 경찰관 20명이 참가한 소개팅 행사를 열었다. 이 소개팅은 경찰의 데이트 폭력 근절 캠페인의 하나로 추진됐다. 참가자들은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 간단한 퀴즈를 풀고 난 뒤 소개팅을 했다. 실제 몇 커플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벤트는 교촌치킨이 펼치는 불타는 치맥파티의 행사의 일환으로 오후 3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펼쳐졌으며 비용은 참가자들이 1인당 3만원씩 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기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이 행사가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여성들을 모집해 젊은 남자 경찰관과 소개팅을 주선한다는 발상이 데이트 폭력 문제에 대한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페이스 북에 올린‘오빠가 지켜줄게’라는 문구도 마치 건강하며 의협심이 강한 경찰관 오빠만 데이트폭력을 예방해 줄 수 있다는 오해를 불어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논란이 확산되자 페이스북에 있던 관련 글을 모두 삭제했다. 남부경찰서 측은 “남성이 여성을 지켜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찰이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를 지켜준다는 의미로 이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면서 원래 의도와는 달리 논란을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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