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부실의 '민낯'.."무등록업체가 대충 시공"
불법재하도급·설계도면 무시…환풍구 하중 ⅓토막
2억원 행사 8천만원으로 축소…"안전관리 비용 '0'원"
(성남=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행사장 인근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면서 관람객 16명이 18m 아래로 추락해 숨진 판교 환풍기 사고 참사는 부실시공과 행사 주최측의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3단독 강동원 판사는 시공사 및 행사주최 측 대표 등 6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90쪽이 넘는 판결문에는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그 과실과 책임을 묻는 사법부의 고민섞인 판단과 함께 부실시공과 이를 묵인한 시공사, 그리고 안전을 외면한 행사주최 측의 민낯이 그대로 담겼다.
◇ 무등록 업체에 불법 재하도급…부실시공으로 이어져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벨리 SD-1 공사 시공사 A건설은 2010년 11월 금속구조물 및 창호공사를 위해 B업체에 금속공사 시공을 맡겼다.
B업체는 세부작업을 위해 이듬해 C업체에게 재하도급했다. 문제는 C업체가 무등록 건설업체였다는 점이다. B업체는 재하도급을 준 사실 조차 A건설사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들의 불법행위는 곧바로 부실시공으로 이어졌다.
C업체가 감리확인을 받은 환풍구 도면과 달리 "대충 막연한 경험과 짐작만으로 임의시공"하기에 이른 것이다.
애초 도면에는 환풍구 위를 6개의 덮개(그레이팅)로 덮고 그레이팅은 환풍구 안쪽 시멘트 벽면에 설치한 ㄱ자 형강 위에 설치한 앵글이 받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C업체는 "도면대로 그레이팅을 설치할 수 없다"며 구조안전 검토없이 환풍구 중간을 가로지르는 앵글과 각관 2개만을 설치한 뒤 그레이팅 6개를 13개로 잘라 덮는 것으로 시공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환풍구 위를 덮은 그레이팅의 하중은 ⅓ 수준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C업체 작업인부가 공사 과정에서 자재에 직접 매달려보며 시험해본 결과 강도가 약하니 보강작업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이마저 무시됐다.
작업인부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환풍구 사고 원인을 조사한 감정단은 "그레이팅을 받치는 부재들이 집중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꺾이면서 콘크리트에 고정된 앵커볼트가 붕괴, 그레이팅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 행사 협찬금 줄자 행사비 축소…안전관리 외면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행사를 마련하면서 이렇다 할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주최 측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순 없다.
행사를 주최한 이데일리TV는 당초 예산을 2억2천만원으로 책정했으나 후원 및 협찬이 예상을 밑돌자 8천만원으로 축소해 계획을 수정했다.
그러면서 "안전요원 등 70명의 인건비 등 총 3억2천만원이 필요하다"고 단가를 제시한 최초 대행업체가 아닌 다른 대행업체와 접촉, 4천400만원에 계약했다.
대행업체가 작성한 견적서에는 안전관리 비용이 전혀 책정되지 않았고 이데일리TV 측도 이에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행사 예산이 줄면서 안전의식은 뒷전이 된 셈이다.
행사 당일 관람용 의자 500석을 웃도는 2천여명의 관중이 몰렸음에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무대에서 약 24m 떨어져 있었고 관람의자 끝부분과는 4m 거리였다. 환풍구가 보행자 통로에 위치해 있고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어 사람들이 환풍구 위로 올라가 공연을 관람할 거란걸 쉽게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펜스나 안전요원을 적절히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법원 "안전불감으로 인한 참혹한 사건 반복 없어야"
판결문은 환풍구 부실시공과 붕괴사고의 인과관계를 따지면서 "누구라도 올라갈 수 있는 환풍구"를 시공할 때는 각별히 안정성에 비중을 두어 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그것이 지면으로부터 18.55m 깊이의 수직낙하통로 위에 시공되는 것이라면 각별히 고려해야 하고, 최소한 설계도면대로 시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은 "우리 사회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같은 큰 희생을 치르고도 지금까지 뿌리깊은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 사건 발생 직전에는 마우나리조트 행사장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등 안전불감으로 인한 참혹한 사건을 겪었다"며 "이런 사고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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