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독재 미화"..국사교과서 '국정화' 거센 반대 목소리

김민중|김종훈 기자|기자 2015. 10. 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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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독립운동가 후손·역사학도·시민단체 등 도심 곳곳서 반대집회..대학생들 이순신 동상 기습 점거시위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김종훈 기자] [(종합)독립운동가 후손·역사학도·시민단체 등 도심 곳곳서 반대집회…대학생들 이순신 동상 기습 점거시위]

12일 오후 2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반대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또 각계 인사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연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교과서 국정화로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466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보도한 사설을 인용,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과거 일본의 침략역사를 희석시키는 우경화 교과서를 만들려는 것처럼, 박 대통령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독재를 미화 혹은 은폐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검은 상복을 입고 나와 "오늘 한국사 교육이 죽었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민주주의는 무한하므로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언젠가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해임시정부 시절 국무위원 비서장이었던 차리석 선생의 아들 차영조씨(71)도 기자회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위헌 행위"라며 "정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위와 5·16 군사정변 등을 미화하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일본 순사 제복이나 군사독재 시절 군복을 입은 시위 참가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하면 과거의 아픈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 옷을 입었다"고 했다.

이밖에 회견에는 전날부터 1박2일 철야농성을 벌인 대학생 70여명 역시 함께 했다. 단체 관계자는 "오늘 모습을 나타낸 사람들 외에도 시민단체, 해외동포, 독립운동가, 교사, 대학교수, 학부모, 학생 등 1200개 단체 6만8428명이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전 11시에는 교육부가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역사학도들의 '국정화 반대' 공동선언이 이어졌다. 한신대 한국사학과에 재학 중인 강모씨는 "전국의 2000명 가까운 역사학과 재학생, 졸업생 등이 뜻을 같이 하고 있다"며 "우리는 결코 정권의 나팔수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국대 사학과에 다니는 김모씨도 "한국사 교과서는 죽었다"며 "국정화를 할지 말지는 좌우 이념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상식 대 비상식의 대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역사학도 단체는 같은 장소에서 오후 2시30분 2차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오후 6시 촛불집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3시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15명 내외의 대학생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에서 점거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동상 위에 올라가 "박근혜 국정교과서는 친일 부역자 후손들의 친일 교과서"라는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국정교과서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경력 30여명을 투입해 시위를 진압했다.

정부의 '국정화' 발표를 접한 일반 시민들도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했다. 자영업자 김모씨(63)는 "사실관계를 틀리게 쓰는 건 문제지만, 하나의 사실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외눈으로 사물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듯이, 하나의 국정교과서만으로는 역사를 올바르게 조명할 수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 국사 교사인 원모씨(30·여)는 "교육의 자율성 측면에서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옳지 않다"며 "유엔(UN)은 역사교육에 대해 '폭 넓게 교과서가 채택돼 교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정화가 되면 교과서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갈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정화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는 종북좌익척결단,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바른사랑어머니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 20여명이 모여 "국정화에 협조를 촉구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사원 전모씨(31)는 "가뜩이나 국민들이 분열돼 하나의 역사를 두고 너무 다른 평가를 내놓는 게 문제"라며 "국정화는 국민들을 하나로 만드는 데 일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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