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청탁 '현대판 음서제']적성검사 '216등' 한 고위공직자 아들, 임원면접에선 '1등'

구교형 기자 2015. 8. 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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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인사, 자녀 취업 '넌지시 귀띔' 사실상 청탁대기업 '사업상 볼모'로 잡아두고 부모 영향력 기대

대기업들이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관계 인사 자녀들의 취업 청탁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것은 이들을 ‘볼모’처럼 잡아두면 사업상 위기가 발생하거나 타 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할 때 이들의 부모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취업시킨 뒤 선호부서 배치, 승진 등 인사에서 특혜를 베푸는 것에도 이들이 떠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고관대작이 자녀들을 대기업에 취직시키기 위한 청탁 못지않게 이들의 자녀를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대기업의 경쟁 역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 부품 계열사 임원 ㄱ씨는 2011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당시 면접을 본 지원자 한 명이 고위공직자를 지낸 ㄴ씨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ㄴ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법조인 출신인 ㄴ씨는 과거 이 회사의 본사 소재지에서 검사장을 지낸 적이 있는데, 이때부터 두 사람은 친분을 맺고 계속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면접자료를 보니 아버지가 ㄴ씨로 돼 있더라”면서 “면접 뒤에도 (ㄴ씨에게) 전화 한 통이 없길래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ㄴ씨의 아들은 당시 이 회사보다 더 큰 대기업 본사에도 취직이 돼 4년째 근무 중이다. 해당 대기업에 채용될 때 ㄴ씨의 아들은 인적성검사와 실무면접에서는 합격권에 턱걸이했지만, 서류심사와 임원면접에서 다른 지원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4명의 면접관이 참여한 2차 임원면접에서는 면접관 전원으로부터 최고점인 ‘A’를 받았다. 당초 경영지원 파트로 입사한 ㄴ씨의 아들은 1년 만에 대학 전공을 살려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정·관계 인사 자녀들을 채용하는 이유로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논리를 편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일종의 비용·편익 분석 차원에서 주판알을 굴리는 것”이라면서 “같은 스펙이면 고위층 자녀를 잡아 놓고 관리하는 게 나중에 플러스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채용담당자는 “고위층 자녀들은 대부분 강남 8학군 고교를 나온 명문대 졸업생”이라면서 “겉보기 등급이 높기 때문에 채용 논란을 잠재우기 쉽고 또래집단에서 인간관계 확장성도 커서 좋은 보직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정·관계 인사의 입장에선 자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태생적 약점이 그들을 취업 청탁에 나서게 만든다. 한 공직자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면 친구들을 만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게 자녀들 얘기”라면서 “애들이 크면 ‘이번에 어디 합격했다’고 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들이 비리비리한 것만큼 창피한 게 없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은 고관대작의 자녀들뿐 아니라 측근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일상적으로 특혜를 주고 있다. 야당 중진 ㄷ의원의 보좌관은 부인을 ㄹ그룹 계열사 직원으로 채용시킨 데 이어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되자 압력을 행사해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게 했다.

여당의 ㅁ의원 보좌관은 작년 지방선거 직후 ㅂ그룹 중간간부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 당시 억대 연봉과 여비서·출퇴근용 차량 제공 등 ‘임원급 대우’를 요구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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