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천안함 폭침설 반박한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 해킹하려 했다

정원식·김상범 기자 2015. 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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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대 공대 동문회' 파일에 해킹용 악성코드 작업"대북공작용" 해명과 달리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 가능성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 ‘해킹팀’에서 구입한 프로그램으로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에 대한 해킹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안 박사는 정부의 천안함 폭침설을 반박해온 대표적인 학자다. ‘대북공작용’이라던 국정원 해명과 달리 해킹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경향신문이 유출된 해킹팀 자료에서 확보한 ‘서울대 공대 동문회’ 파일을 확인해본 결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서울대 공대 졸업자 명단에 안수명 박사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국정원 직원은 2013년 10월2일 이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는 작업을 해킹팀에 의뢰했다. 악성코드가 든 파일을 서울대 공대 출신 학자들에게 보내 감염시키려고 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틀 뒤인 2013년 10월4일에는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한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어달라고 해킹팀에 요구했다. 영문으로 ‘cheonan-ham’(천안함)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 파일은 기자를 사칭한 작성자가 “(1번 어뢰에 대한) 박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내용이다. 해당 박사가 누구인지는 문서에 특정돼 있지 않다.

당시 이틀 간격으로 진행된 국정원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처음부터 안 박사를 겨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안 박사는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에서 공부했다. 잠수함과 어뢰 전문가인 그는 천안함 침몰 이후 서재정 당시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양판석 캐나다 메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등과 함께 정부의 천안함 폭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안 박사는 2014년 3월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11월 사업차 한국을 방문했다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해킹을 시도한 2013년 10월로부터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은 “미국의 잠수함 전문가가 해킹한 IP명단에 있느냐”는 정보위원의 질문에 “한 개의 IP는 미국에 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웅 법무장관은 이날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정보위 현장조사 결과 등을 검토해 수사착수 필요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식·김상범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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