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반박하자.. 국정원, 기자 사칭해 악성코드 e메일

정원식·김상범 기자 2015. 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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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이틀 간격 해킹팀에 "악성코드 심어달라"첨부한 '서울대 공대 동문' 파일 명단서 안 박사 확인갤럭시S6엣지 감청 기술도 요청.. 최근까지 해킹 시도

국가정보원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2012년 이탈리아 해킹업체의 해킹 프로그램 20명분을 구입했다”고 시인하면서도 “북한을 대상으로 하거나 연구·개발용이었을 뿐”이라며 민간인 불법 감청 의혹은 부인했다. 그러나 15일 ‘서울대 공대 동창회 명단(미국 캘리포니아주·사진)’에서 재미 잠수함 전문가 안수명 박사의 이름이 확인됨에 따라 국정원의 해명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재미 잠수함 전문가인 안수명 박사가 2012년 8월9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제공

아이디 ‘데블엔젤(devilangel1004)’을 사용하는 국정원 직원은 2013년 10월2일 “MS워드 보안 취약점 공격을 하려 한다. 샘플 파일을 첨부하니 오늘 안에 달라”는 e메일을 이탈리아 해킹팀에 보냈다. 해당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어 목표 인물의 PC나 스마트폰을 해킹하려 한 것이다. ‘데블엔젤’은 이틀 뒤인 10월4일 “doc파일(MS워드 파일)을 하나 더 공격하려 한다”며 영문으로 ‘천안함(Cheonan-ham)’이라는 명칭이 붙은 파일을 해킹팀에 보냈다. 이 ‘천안함’ 파일에는 신원불명의 작성자가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해 “(1번 어뢰 사진에서) 1번이라고 쓰여진 부분이 완전히 없어졌으며 최초에 북한군에서 적은 것이라면 이렇게 쉽게 없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 (이에 대해) 박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정원이 서울대 공대 출신의 잠수함 전문가에게 악성코드가 포함된 파일을 e메일로 보내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천안함 침몰 이후 정부합동조사단 보고서 내용을 반박한 재미학자로는 안 박사 이외에도 서재정 당시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양판석 캐나다 메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등이 있다. 그러나 서재정·이승헌·양판석 박사의 이름은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국정원이 처음부터 안 박사를 겨냥해 두 차례의 해킹 시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왜 안 박사를 겨냥했던 것일까. 국정원이 해킹을 시도한 2013년 10월은 천안함이 침몰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이보다 한 달 전인 9월 천안함 폭침설을 반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가 개봉돼 또다시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정부 합동조사단 주장을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관련 영상으로 이뤄진 75분 분량의 영상물로, 안 박사는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지 않았다.

‘서울대 공대 동창회 명단’에는 1945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대 공대에 입학한 사람 중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340명의 이름(한글·영문), 학과, 입학연도, e메일 주소, 전화번호(집·직장), 휴대폰번호, 팩스번호가 나와 있다. ‘천안함’ 파일을 통한 국정원의 해킹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2013년 10월23일 해킹팀에 ‘천안함’ 파일을 다시 보내면서 “이전의 감염 시도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해킹팀의 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지난달 해킹팀에 삼성 갤럭시S6엣지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인 ‘롤리팝’이 설치된 스마트폰의 통화 내용을 감청해 녹음하는 기능을 요청했다. 삼성 갤럭시S6엣지는 지난 4월10일 출시됐다. 하지만 해킹팀은 이달 초까지 이 기능 작동에 성공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최근 버전의 스마트폰까지 해킹을 시도한 것이다.

<정원식·김상범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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