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가짜편지']김경준 기획입국설 '이명박 측이 쓴 소설' 혐의 짙어져

구교형 기자 2015.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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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엿새 전 한나라당 “김경준, 감형 대가로 기획입국” 신경화씨 편지·각서 공개 특수1부 고강도 수사에도 증거 없어… 모두 거짓 드러나

▲ “MB 측근 부탁, 내가 날조해 써” 신경화 동생 신명씨 폭로에도 검찰 “편지 전달자 양승덕씨가 개인 영달 위해 꾸민 짓” 결론

김경준(오른쪽 사진)씨가 옥중에서 경향신문 기자에게 보낸 편지. 김씨는 2007년 대선 직전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왼쪽)라는 의혹을 제기한 뒤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 수감됐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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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가 ‘BBK 가짜편지’와 관련된 민·형사 사건에서 전부 승소한 것은 17대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기획입국설’이 고도의 정치공작이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2007년 11월,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라고 밝힌 김씨가 국내에 입국했다.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전 대통령이 김씨와 함께 주가조작에 가담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김씨의 귀국은 대선판도를 흔들 수 있는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대선을 엿새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반격이 시작됐다. 12월13일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기획입국이 진행됐다”며 “김씨의 기획입국을 입증할 편지와 각서가 있다”고 말했다. 당일 저녁 한 언론에 미국에서 김씨와 1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함께한 신경화씨의 편지가 공개됐다. 신씨는 당시 대전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나의 동지 경준에게. 난 대전에 와 있네. 이곳에 와 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됐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자네와 약속했던 것들도 이행하지 못했고, 또한 그 약속들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네. 대권은 이미 MR. 리가 확실시되었고, 모두가 박수칠 날만 기다리고 있지.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 신중하게 판단해서 나오는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들을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

‘큰집’은 청와대로 해석됐고, 김씨가 여권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다는 기획입국 의혹이 제기됐다. LA구치소에 있던 김씨의 또 다른 수감동료 지게타(미국인)의 녹취 CD도 공개됐다. 지게타는 “한국 여권의 고위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김씨를 면회하고 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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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김씨의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 재판에 신경화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국내로 송환되기 한 달 전 김씨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의 낙선 계획을 수립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한국에 송환돼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라는 사실을 입증할 이면계약서를 본 적이 있다고 폭로할 경우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씨와 함께 낙선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모두 거짓이었다.

집권당이 된 한나라당의 수사 의뢰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강도높게 수사했지만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할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2008년 6월 “김씨의 입국에 정권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2011년 3월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의 폭로가 터져나왔다. 그는 “대선 당시 언론에 실린 형 명의의 편지는 이명박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부탁으로 내가 날조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형에게 도움을 주려고 편지를 꾸며 썼다는 것이다. 가짜편지는 이명박 대선캠프 상임특보이던 김병진씨를 거쳐 은진수 BBK법률지원팀장을 경유해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에게 전달됐다. 신명씨는 편지 작성 배후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 전 대통령의 손위 동서인 신기옥씨를 지목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짜편지의) 배후는 없다”고 결론냈다. 경희대 교직원인 양승덕씨가 대선에서 공을 세워 교육단체 감사 등 직책을 얻을 생각으로 신명씨를 통해 편지를 조작하는 ‘잔꾀’를 부렸다는 것이다. 편지 유통경로로 지목된 홍준표·은진수·김병진씨 세 사람도 편지가 조작된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죄를 묻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가짜편지와 관련된 민·형사 소송에서 “당시 여당으로부터 감형·사면 등의 대가를 약속받고 대선 직전 기획입국한 ‘대국민 사기꾼’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면서 “다시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돼 많은 금전적 손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횡령 등에 관한 형사재판에서 높은 형을 선고받는 등 불이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양씨가 편지 작성 및 정치권 전달 과정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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