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가버리면 그만이지" 메르스 아랑곳 않는 종묘 노인들

신현식|백지수 기자|기자 2015. 6. 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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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여파로 노인복지시설 문닫자 탑골공원 등으로 모여 "메르스 잘 몰라"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백지수 기자] [메르스 여파로 노인복지시설 문닫자 탑골공원 등으로 모여 "메르스 잘 몰라"]

"마누라는 가면 죽는다고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마는… 집에 있어봐야 TV랑 라디오뿐이니 답답해서… 내가 여기 있는 걸 집에서 알면 난리나. 아마 집에 꽁꽁 묶어두려고 할걸."

17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162명으로 늘고 20명이 숨져 확산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일대에는 취약 계층인 노인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 낮 찾은 종묘공원에는 수십명의 노인들로 붐볐다. 입구 정원의 돌벤치는 앉아있는 노인들로 빈 자리가 없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소나무 그늘 아래 화단 돌벤치마다 노인들이 앉아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있었다. 바둑판마다 관전하는 노인들 여남은 명이 달라붙어 발디딜 틈이 없었다.

노인들은 하나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는 말은 들었지만 갑갑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공원은 공기가 깨끗해서 괜찮다"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천에서 왔다는 송모씨(81)는 "우리야 뭐 걸려도 가버리면 그만이지"라며 "내 주변에는 아픈 사람 없고 다 건강한데다 내가 건강 상태 파악되는 사람들이랑만 노니까 괜찮다"라고 말했다.

평택에서 왔다는 오영식씨(79)는 "나라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하니까 쓰긴 하지만 우리 나이 되면 전염병이 돌든 뭐가 있든 매일이 다 똑같다"며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갑갑하니 전철 타고 나왔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이 메르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인근 노인 복지 시설은 휴관에 들어갔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종로 안국동에 위치한 노인복지센터는 21일까지,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오늘 20일까지 휴관이다. 서울 각 지역 노인복지관도 휴관중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 중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들도 많으시고 여러 군데 병원을 다니시는 분들도 많아 복지관에서의 확산 우려도 있어 휴관했다"며 "당초 15일까지 1차 휴관을 했었는데 계속 확산되고 있어 20일까지로 기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이후 확산세를 보고 휴관 연장도 고려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와 별개로 갈 곳 없는 노인들은 인근 공원에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탑골·종묘공원의 경우 종로뿐 아니라 기타 서울지역을 비롯해 평택, 수원 등 메르스 발병 지역의 노인들도 찾는 곳인만큼 더욱 주의가 요구됨에도 노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김모씨(69)는 "사람 만나기에는 종로만한 데가 없다"며 "여기는 공짜 지하철 타고 오는 사람들이 강원도에서도 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우리같은 노인들은 메르스 별로 겁 안나"라며 "걸리면 어쩔 수 없는 거지"라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근거없는 낙관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최모씨(77)는 "마스크를 쓰면 몸 속의 나쁜 균이 밖으로 잘 나가지 못하게 된다"며 "모르는 사람들이나 마스크를 쓰지 난 안 쓴다"고 했다.

"나는 건강해서 마스크 같은 건 안 써도 된다"고 말하던 최모씨(76)는 "평소 병이 없던 50대 사망자도 나왔고 30대 환자가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는 기자의 말에 짐짓 놀라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는 "노인분들께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시지 말라고 해도 답답함을 호소하며 따라주지 않으시는 경우가 많다"며 "모이는 걸 강제로 막을 방법도 없기 때문에 특장자를 이용해 공원 인근 분무소독을 더 자주 하는 등 방역을 자주 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식 기자 hsshin@mt.co.kr,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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