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에 '텅텅' 비어버린 서울의 주말

이재원|김사무엘|백지수 기자|기자|기자 입력 2015. 6. 7. 06:30 수정 2015. 6. 7. 15: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김사무엘 기자, 백지수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서울에서도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공포가 도시를 휩쓸고 있다. 평소였다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을 서울 도심 곳곳의 병원과 편의시설들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텅텅 비어 황량했다.

6일 찾은 서울소재 대형병원 D병원 인근에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병원은 지난 27일 14번째 환자가 응급실에 머물면서 의사 A씨(38)를 비롯해 3차 전파자 7명을 발생시킨 곳이다.

이날 오전 발표된 9명의 추가 확진자 중에서도 5명이 D병원에서 옮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병원의 응급실은 차량 입구를 테이프로 막아 추가 환자를 받지 않고 있었으며 인근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D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난 4일부터 응급실 방문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외래환자 수가 평일 기준 8500명 정도 되는 이 병원은 지난 1~3일 집계 결과 환자 수가 30%정도 줄어들었다. 14번째 환자와 접촉한 환자들은 격리 수용했고 의사 50여명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했다.

병원 후문 쪽 상가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53)는 "유동인구가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진 것 같고 매출에 타격도 크다"며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이라고 명단이 공개되기 전부터 지나다니는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병원 인근 먹자골목에서 식당을 A씨(61)는 "원래는 D병원 의사나 직원들이 많이 오는데 전날은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한 테이블도 못 받았다"며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 의사들이 여기서 밥 먹는다는 걸 손님들도 알다보니 다른 손님들도 덩달아 끊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식당은 손님들이 '여기 메르스 환자 진료했던 의사들 찾아오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52)는 "3~4일 전부터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며 "일부 손님들은 의사들이 여기서 식사하지 않느냐고 자꾸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사람이 넘쳐나던 백화점과 영화관도 메르스 공포에 한산했다. 평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인 '깃발부대'로 발디딜 틈 없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1층 로비는 얼굴을 다 가리는 마스크를 쓴 일부 관광객 한두명만 돌아다닐 뿐 텅 비어있었다.

의류 매장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모씨는 "아침 10시반에 오픈한 지 벌써 두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메르스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일하고 있는 점원들 또한 메르스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발 매장에서 일하는 방모씨(여)는 "메르스 때문에 손님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고객들이야 마스크를 써도 나는 쓸 수도 없기에 일하면서 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준비했던 행사를 취소한 곳들도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 IFC몰 나이키 매장에서 근무하는 박모씨는 "매주 30여명이 참여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날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취소 통보를 했다"며 "외국인 고객도, 한국인 고객도 많이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는 영화관 또한 오전부터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IFC몰의 한 영화관 직원은 "주말 이 시간(11시쯤)이면 오후 6시 이후 영화까지 모두 매진이어야 정상인데 이날은 50석 넘게 자리가 남았다"고 밝혔다.

같은 영화관의 또 다른 직원은 "하루에 수천명의 관객을 받다 보니 혹시 메르스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며 "일부 손님들이 재채기를 한다거나 하면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김사무엘 기자 ksme007@mt.co.kr,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