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서 짐 안챙기고 법원서 환복한 조현아

김세웅 2015. 5. 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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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끝나자 사복으로 갈아입고 30분만에 곧바로 나가

22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여)의 모습은 1심 때와는 사뭇 달랐다. 법정에서 크게 울지 않았고, 줄곳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난 2월 1심 선고 때는 재판부가 그가 제출한 반성문을 읽어내려가자 얼굴을 양손에 파묻고는 크게 흐느꼈다. 방청석으로도 울음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뿔테 안경을 쓰고 법정에 출석했다. 녹색 수의(囚衣)를 입고 선고 공판 내내 고개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재판부의 주문과 선고 이유를 경청했다. ‘집행유예’ 주문이 선고되고 나서야 손에 든 휴지를 얼굴에 갖다 대 그가 1심 때처럼 눈물 흘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1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이 끝나자 조 전 부사장은 재판부에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빠른 걸음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는 집행유예로 석방될 걸 미리 알았다는 듯이 30분만에 변호인이 준비한 검은색 바지와 상의로 갈아 입고 법정 입구로 나왔다. 일반적으로 구속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도 구치소에 들러 짐을 챙기고 다른 수감자들과 인사를 하고 나오는 것과 달리 그는 곧바로 법원에서 나왔다.

조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가 무죄는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는지 오전 11시 30분께 법정 밖으로 나와서도 특별한 말은 없었다. 내·외신을 가리지 않고 몰려든 취재진에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고, 소란스런 법정 밖 상황에 대한항공 관계자들에 기대 10여분을 서 있었다. 그제서야 감정이 북 받혔는지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 그러다 이내 자신을 마중 나온 회사 관계자와 지인들을 다독이는 모습도 보였다.

조 전 부사장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에 할 말 없나’ ‘재판부의 판단이나 향후 상고 여부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더 이상의 질문에 응하고 싶지 않았는지 변호인 등에 가벼운 오른 손짓을 보내더니 사전에 대기시켜 둔 에쿠스 차량에 타고 평상복 차림 그대로 쌍둥이에게 돌아갔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이 “이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피고인을 대신해 사죄드린다”고 대신 사과했다.

이날 재판은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가장 큰 150석 규모의 대법정에서 진행됐다. 그럼에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을 비롯한 방청객들은 오전 10시 예정된 선고 공판 한 시간 전부터 법정 밖에서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고, 외신들도 법정 안팎에서 대기하며 이날 선고를 지켜봤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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