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린이집 2살 아기 학대 논란, 두손 놓은 경찰 "증거없어서.."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박아영씨(32·여· 가명)는 지난달 16일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기를 씻기다 깜짝 놀랐다. 아기 팔뚝 전체에 커다란 보랏빛 멍이 있었고 귀에도 꼬집혀서 생긴듯한 선명한 피멍 자국이 있었다. 손등에는 손톱으로 긁혀서 생긴듯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박씨가 아기를 맡긴 곳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이었다. 생후 20개월이 된 아기 한성혁군(2· 가명)은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누가 이렇게 만든 건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전치 1주의 진단서를 받고 눈물을 펑펑 쏟은 엄마는 어린이집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엄마는 아기를 담당한 선생님은 "내가 팔을 세게 잡아 생긴 멍이다"라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한 군을 어린이집에서 퇴소시킨 박씨 부부는 다음날 노원구청과 서울시청 민원실에 아동학대로 어린이집을 조사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그런데 접수한 날 어린이집을 다녀간 구청 조사단은 박씨에게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댁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할 테니 하루만 달라고 하더라"고 통보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의 집을 찾아온 어린이집 원장은 두툼한 돈 봉투 하나를 내밀며 "한달치 월급을 가져왔다. 이 돈을 받으면 좀 풀릴 거라 생각했다"고 말하며 사과를 해 왔다. 원한다면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아기에게 상처를 입힌 선생님을 해고할 테니 구청 신고만 취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돈 봉투에 더 화가 난 박씨가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번에는 아기를 다치게 한 어린이집 선생님 A씨가 박씨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런데 A씨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기가 겁에 질려 울기 시작했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박씨가 "사과도 필요 없고 아기가 우니까 빨리 나가시라"고 했지만 A씨는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이에 박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휴대폰을 들자 A씨는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찰과상을 입었고 결국 아기를 A씨와 집에 둔 채 맨발로 밖으로 뛰쳐나가 경비원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경비원의 도움으로 휴대폰을 돌려받은 박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이에 구청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경찰서로 인계됐다.
그러나 박씨의 억울함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더욱 커졌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경찰 2명과 동부아동전문기관 관계자 2명을 박씨의 집으로 보내 사건을 접수한 뒤 어린이집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했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경찰은 며칠 뒤 박씨 부부를 경찰서로 불러 "아기가 어려서 말을 못 해 진술능력이 없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증거가 없다"며 "내부수사종결을 하거나 아니면 도의적 차원에서 합의금을 받는 정도로밖에 해결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박씨에게 "크리스마스가 지나기 전에 사건 진행상황에 대해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했으나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경찰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이에 박씨가 다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하자 경찰은 "고의적 범죄성이 없어 이 사건 진행 안 된다고 말하라고 했는데 연락 못 받았냐"고 말했다.
고소인인 본인에게 안내조차 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해버렸다고 말하는 경찰에 화가 난 박씨는 지난달 31일 다시 고소장을 작성해 노원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러나 고소장을 받은 경찰은 박씨에게 이튿날 전화해 "입증이 힘들기 때문에 고소장 접수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그냥 접수해달라고 하자 경찰은 "어린이집에서 무고죄로 역으로 고소하면 빨간 줄이 그어질 수도 있을텐데 괜찮겠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지만 박씨 부부의 굳은 의지에 노원경찰서는 지난 7일 고소장을 접수하고 어린이집 선생님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이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며 A씨와 같은 공간에서 경찰을 마주한 박씨는 "제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경찰관이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본인의 혐의가 무죄 판정을 받으면 저분들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다'는 안내까지 했다"며 "반면 제게는 '본인이 갑의 입장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들이 충분히 생각을 해 보시고 악조건 속에도 사건을 진행하실 거냐고 설명드리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동학대로 인정되려면 비슷한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거나, 아기 상태가 심각하든지 해서 아동보호기관으로부터 학대 판정을 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입건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지금도 만 0~2세 아기 10명이 다니고 있는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성혁이라는 이름의 아기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에게 들었는지 밝히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전화를 끊은 뒤 연락을 받지 않았다.
아기를 사건 직후 어린이집에서 퇴소시킨 뒤 어떤 기관에도 보내지 않고 있는 박씨는 "말 못하는 영유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법적으로 의무도 아닌 CCTV가 없다고 수사를 안 해버리면 어린이집에서 아기가 어떤 학대를 받았어도 구제받을 길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며 "우리 성혁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힘들어도 어린이집에는 보내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반론보도]노원구 월계동 어린이집 "아기 학대 사실없다"고 밝혀
본지는 지난 1월8일자 사건면에 "[단독]어린이집 2살 아기 학대논란, 두손 놓은 경찰 "증거 없어서…""라는 제목으로 노원구 월계동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2살 아기를 학대했고, 해당교사는 '팔을 세게 잡아 생긴 멍이다'라고 인정했으며, 돈봉투를 주고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어린이집 및 보육교사는 아이를 때리거나 학대한 사실이 전혀 없고 '팔을 세게 잡아 생긴 멍이다'라고 인정한 사실도 없으며, 하원 당시만 해도 멍이나 상처가 없었는데 아이 엄마와 그 가족이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구설수에 올라 정상적인 어린이집 운영 및 업무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 돈 봉투를 건넨 것일 뿐 학대를 무마하려한 것은 아니라고 밝혀 왔습니다. 또한 해당 보육교사는 어린이집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고자 원만한 해결을 위해 아이 집에 찾아갔다가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으며, 아이 엄마의 휴대폰을 빼앗는 등 가해한 사실은 없다고 밝혀 왔습니다.
김유진 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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