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망칠 '수능시계' 판매, 당국은 뒷짐

2014. 11. 11.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쇼핑몰 제품 대부분, 날짜 표시 기능 있어 '반입금지' 물품 해당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수능시험장에 가져갈 수 없는 '수능시계'가 인터넷 곳곳에서 팔리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결국 현장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해 수험생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을 위해 구 모(53) 씨는 지난 5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전자시계를 구입했다.

오는 13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분초를 다투는 시험인 만큼 딸이 시간을 잘 배분해 시험을 보라는 뜻으로 선물했다.

그런데 배송받은 시계를 살펴보던 구 씨의 딸은 "시계를 가져갈 수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수능시험장에 가져갈 수 있는 전자시계는 현재 시각과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기능만 있어야 한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시험장 반입금지 물품은 '시각 표시와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이외의 기능이 부착된 시계 등 모든 전자기기'로 규정된다.

그러나 구 씨가 산 전자시계에는 연도와 월, 일 등 날짜를 표시하는 기능이 있어 시험장 반입이 금지된다.

당황한 구 씨가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홈페이지 화면까지 인용해 "수능시험장 반입이 가능한 물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제품을 다시 구매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현재 시각과 남은 시간만 나타나지만, 버튼을 누르면 설정한 오늘의 날짜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수능시계'로 검색해보면 수십 종의 전자시계가 나타나지만, 대부분 날짜를 표시하는 등 교육부가 규정한 2가지 기능 외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날짜가 나오는 기능 정도는 상관없다"며 안심시켰지만, 교육부는 "규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각 표시와 잔여시간 표시 기능만 있는 시계만 허용된다"며 "그 외 기능이 있는 경우는 엄밀히 말해 규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날짜 표시 기능처럼 사소한 기능도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날짜에 특별한 표시를 할 수 있는 등 부정행위에 사용될 수 있다"며 "모든 시계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최소한의 기능만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 등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반입금지 물품을 공지했고, 수능 전날 예비소집에 다시 강조할 계획"이라며 충분히 홍보했다는 입장이다.

주요 인터넷 쇼핑몰 등에 '날짜 표시 기능이 있는 제품을 수능시계로 홍보하지 말라'고 협조를 요청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업체가 너무 많고 단속권한이 없어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 씨는 "업체 측에 항의했더니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어 2가지 기능만 넣은 시계를 만들어 팔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며 "인터넷에서 도저히 찾을 수도 없는 시계만 허용해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만 키우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더 황당한 문제는 같은 전자시계를 가져가도 현장 감독관의 성향에 따라 눈감아줄 수도, 혹은 부정행위로 처리해 이번 수능시험이 무효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감독관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시험장 반입금지 물품을 반입하고 1교시 시작 전에 제출하지 않은 경우로 간주하면 시계를 뺏길 뿐 아니라 교육부 훈령에 따라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돼 퇴장 조치될 수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독관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할 때 개별적으로 승인해주는 사례가 있었다"며 "감독관이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현장에서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아날로그 시계만 허용했지만, 일부 수험생이 전자시계가 보기 편하다고 요청해 전자시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며 "아날로그 시계로 준비하면 문제가 없다"고 수험생이 알아서 준비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 당국이 현장과 동떨어진 전자기기 규제를 내놓고 정작 그 부담은 일선 시험 감독관에 떠맡기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