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앞둔 독거노인, '국밥값' 남기고 목숨 끊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세 들어 살던 집이 매각돼 퇴거를 앞둔 독거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3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 1층에 살던 최모(68)씨는 지난 29일 오전 10시께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최씨는 49.5㎡(15평) 남짓한 이곳에서 LH공사의 독거노인 전세 지원금 5천700만원을 받아 전세금 6천만원을 주고 생활해왔다.
그는 이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상황을 알고는 지난 28일 LH공사 측에 "내일 퇴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퇴거 당일 연락이 닿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한 LH공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약 3개월 전 모시던 노모가 세상을 뜬 후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가 발견된 옆 방 테이블 위에서 "고맙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라. 개의치 말라"고 적힌 봉투와 10만원 가량의 현금을 발견했다.
경찰은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올 사람들을 위해 식사나 하라며 돈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밖에도 자신의 장례비로 추정되는 100여만원, 전기·수도요금 고지서와 이에 해당하는 돈도 '빳빳한' 새 돈으로 구해 남겨놓았다. 그가 이렇게 남긴 돈은 총 176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특별한 직업이나 모아놓은 재산이 없던 최씨가 집을 비워져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집에서 발견된 돈은 그의 조카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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