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버리는 신입사원? 늘어나는 한국판 '블랙기업'

신희은 기자 2014. 10. 1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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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없이 일하고 월급은 쥐꼬리, 더 나은 곳으로 이직 꿈꿀 수밖에"

[머니투데이 신희은기자]["휴일없이 일하고 월급은 쥐꼬리, 더 나은 곳으로 이직 꿈꿀 수밖에"]

/사진제공=이미지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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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디자인을 전공한 A씨(31·여)는 대학 졸업 후 2년간 일했던 회사를 결국 그만뒀다. 해외브랜드 판권을 사와 국내 백화점 등 매장에 판매하는 회사에서 A씨는 혹독한 직장생활을 경험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매일같이 밤 10~11시까지 일했고 주말에도 매장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야 했다. 일과 중이든 쉬는 날이든 전화는 쉴새없이 울렸다. 매장 직원 중 누군가 불시에 그만두기라도 하면 달려가 대신 일하기도 했다.

야근, 주말근무 수당은 꿈도 못꿨다. 월급이 180만원을 넘긴 달이 없었다. 몸을 혹사시켜가며 일하던 A씨는 만성피로와 심각한 편두통에 시달렸다. 주변에선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했지만 A씨는 건강마저 잃을까봐 두려워 사표를 결심했다.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백수로 지내던 B씨(32)는 영어교재 판매업체에 어렵게 입사했지만 다시 이직을 준비 중이다. 회사는 서류전형에 수차례 면접까지 거친 B씨에게 실적에 따른 성과급과 복리후생을 약속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B씨는 기본급 80만원에 교재를 판매한 횟수만큼만 추가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식대나 교통비 같은 기본적인 수당도 지급되지 않았다. 일이 서툰 B씨를 위한 교육도 없었다.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냉대만 돌아왔다.

청년층의 취업난을 악용해 신입사원으로 채용한 후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부당한 대우를 일삼는 '블랙기업'이 늘고 있다. 블랙기업은 신입사원을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하면서 버티지 못하면 '부적응'으로 낙인찍어 그만두게끔 유도하는 행태를 되풀이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일본에선 일찌감치 젊은 직원에게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기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신입사원을 대량 고용한 후 장시간 근무와 부당한 대우로 혹사시키는 문제 기업들이 개인의 우울증, 자살 유발은 물론 노동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들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매출을 미리 할당한 후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직원이 스스로 메우게 해 신입사원을 자살로 몰아넣은 제약회사 등 블랙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적잖다. 사원급 젊은 직원들의 경우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적고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하소연하기가 쉽지 않아 퇴사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405개 기업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5.2%로 집계됐다. 4명 중 1명이 퇴사를 택하는 것으로 퇴사율은 2010년 15.7%, 2012년 23.6%로 계속해서 상승 추세다.

퇴사 사유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47.6%), 급여 및 복리후생 불만(24.2%), 근무지역 및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17.3%)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근로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은 31.6%로 대기업 11.3%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높은 퇴사율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감시망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수당 없는 초과근무를 강요하거나 과도한 매출부담을 지우는 등 블랙기업이 늘어날수록 고용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블랙기업은 전체 중 일부겠지만 이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면 대기업으로 쏠림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더 시달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취업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사했지만 계속해서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을 준비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비용 손실일 뿐더러 정부의 고용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수 있어 조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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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희은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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