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생존학생들 "해경이 계단 위서 친구들 상황 지켜봐"

2014. 7. 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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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학생 증인신문 이틀째 진행.."샤워기만 틀어도 숨이 막혀"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단원고등학교 생존 학생들의 증언이 이틀째 이어졌다.

비교적 차분하게 당시 상황을 생생히 증언한 학생들은 해경이 갑판 외벽에 서서 승객들을 소극적으로 구조했다고 진술했다.

29일 오전 광주지법 형사11부(임정엽 부장판사)의 심리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단원고 생존 학생 17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4층 선미 SP3방에 머물던 김모 군은 "갑판 외벽에서 구출될 때 해경이 계단 위 외벽에 서 있었다"며 "당시 해경이 배 안의 친구들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군은 "해경은 갑판까지 내려오지 않고 외벽에만 있었다"며 "안에 학생들이 많이 있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일반인 승객의 도움을 받아 B23 선실에서 나왔다는 박모 양은 갑판에 나와 헬기를 탈 때에만 해경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배 안에 두고 온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고 후유증으로 울먹이기도 했다.

한 학생은 "친구가 생각나 밤에 가위에 눌리기도 하고 자다가 깬다"며 "친구들 생각만 하면 미안하다"고 말을 흐렸다.

정모 군은 "구조된 날 씻으려고 샤워기를 틀어 물이 쏟아지는 순간 숨이 턱 막혔고 가장 친했던 친구 12명이 죽어 요즘은 학교에서 혼자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린다"고 전했다.

박모 양은 "배와 관련되거나 친구들이 죽는 꿈을 많이 꾼다"며 고통스러워했다.

김모 양은 "사고 당시 방에서 복도로 나왔는데 건너편 친구랑 눈이 마주쳤다"며 "결국 그 친구는 나오지 못했는데 자꾸 바닷물에 잠겨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승객들을 버리고 나온 선원들에 대해서는 "친구들을 한순간에 잃게 했으니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며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앞서 재판부는 학생들이 대부분 안산에 거주하고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지난달 24일 그동안 재판이 진행된 광주가 아닌 안산에서 증인 신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화상 증언을 제안했지만 학생들이 친구, 부모님과 함께 증인석에 앉는 조건으로 법정 증언을 희망해 1명을 제외한 21명의 학생이 직접 법정에 나왔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2일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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