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에는 썩은 뻘이.."4대강, 경고한 모든 것이 현실화"

전남 2014. 7.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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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검증단 동행취재 上]썩어가는 영산강..지류에도 '녹조라떼'·외래종 투성이

[머니투데이 전남(광주)=김유진기자][[4대강검증단 동행취재 上]썩어가는 영산강…지류에도 '녹조라떼'·외래종 투성이]

8일 4대강조사단의 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영산강에서 채취한 뻘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큰빗이끼벌레, 녹조, 검은 퇴적토…모두 강 자체가 썩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8일 4대강사업국민검증단과 함께 찾은 영산강은 썩어가고 있었다. 강물에는 작은 녹색 플랑크톤들이 먼지처럼 둥둥 떠 있었다. 강 한 가운데서 10cm 가량의 흙을 파냈으나 모래는 없었다. 대신 검고 미끌거리는 뻘이 통 속에 가득 차 있었다. 고무같은 매캐한 냄새가 나는 뻘은 알고보니 썩은 유기물 덩어리였다.

영산강은 원래 이맘때면 강줄기가 줄어들어 개천처럼 졸졸 흘러가던 강이었다. 큰 비가 오면 불었다가 비가 오지 않으면 줄어드는 강의 자연적 특성을 그대로 따라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시사철 폭 넓은 큰 강이 됐다. 아니, 거대한 호수가 됐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알지 않습니까. 이걸 과연 정책결정자들이 몰랐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강 주변을 꾸준히 관찰해 온 이성기 조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가 말했다. 강 속을 파내고 물을 거대한 보로 막아 인위적으로 가둬두니 그 안에 있는 물이 온전할 리 없다는 얘기다.

직강화 작업으로 일직선이 된 영산강은 도로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유람선이 떠다니는 외국의 큰 강처럼 평화롭고 잔잔해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부유물 투성이에 냄새까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산강 본류에서 뻗어나간 지류는 모두 진한 '녹조라떼'로 찰랑거렸다.

8일 찾은 영산강의 지류에 생긴 녹조 현상/ 사진=김유진 기자

전문가들은 큰빗이끼벌레를 비롯해 4대강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기현상들이 모두 그 단 한가지 문제에서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물의 자연적인 특성인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도 간단하다. 막은 보를 열어버리면 된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저 수문을 여는 것 만으로도 큰빗이끼벌레나 퇴적토 등 오염수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걸 열어버리면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는 걸 정부 스스로 인정하게 되니까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영산강 줄기를 끊어놓은 두 개의 보를 절대 못 열겠다고 하면서 지금은 보 위로 넘치는 물만 조금씩 흘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초당 50~100cm였던 유속도 2~8cm로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물이 순환되지 않아 수심 깊숙한 곳은 뻘이 썩어가고 있다.

농경지 수심변화라는 부차적 피해도 발생해 농민들의 삶의 터전도 망가졌다. 보를 막아 인위적으로 영산강의 수위를 높여놓다 보니 주변 지하수 수위까지 높아져 농경지가 물에 잠기게 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문제를 보를 열어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해결하라고 수차례 요구해왔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돼 영산강 물줄기를 막고 있는 죽산보/ 사진=김유진 기자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2시간동안 주민설명회를 한 끝에 주민들을 설득해 농경지 복토를 해 땅 높이를 높여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를 해 버렸다. 이날 현장에 온 주민은 "전문지식은 없습니다만 토지를 높이면 높아진 수위도 해결되지 않겠습니까"라며 허허 웃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같은 방법으로 낙동강에서 해 봤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발생한 문제들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점점 더 수질이 나빠지면 깨끗한 물에서만 살 수 있는 국내종들은 멸종하고 더러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큰빗이끼벌레같은 외래종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저희가 4대강 사업 시작 전부터 수차례 경고한 것들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겁니다." 한국의 강을 아끼는 마음에 현장으로 달려온 4대강조사단의 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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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남(광주)=김유진기자 yoo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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