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3번 당한 자폐아동.. 학교는 "최선 다했다"

2014. 6.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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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유사 자폐증을 앓는 초등학생이 같은 학교에서 세 차례나 학교폭력을 당해 책임 소재를 놓고 피해 학부모와 학교 측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를 다녔던 유사 자폐증 환자 A(12) 군은 6학년이던 지난해 11월 학교 화장실에서 친구로부터 양쪽 눈의 위아래 속눈썹이 잘리는 끔찍한 폭력을 겪었다.

A 군은 한 해 전엔 교내 경진대회에 나갔다가 상급생으로부터 흉기로 허벅지를 13차례 찔렸고, 같은 반 친구들이 'A 군을 자살하게 만드는 모임'을 만들면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한 학교에서 세 차례나 학교폭력을 당하자 참다 못한 A 군 부모는 학교 측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면서 "교육청에 자문을 구한 결과, 이런 경우 학폭위는 열 수 없고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A 군 부모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한다.

A 군 부모는 "관할 교육청에 문의해 보니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학교 측이 사건이 나면 사실관계를 밝힐 의무가 있는데 미온적 태도만 보였고, 학폭위를 열 수 없다고 속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교육청이 아닌 교원단체 상담실에 자문을 구한 것인데 A 군 부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뒤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개인면담을 했지만, 목격자도 없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학폭위가 열리긴 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피해 학생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측과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학교 측이 법원에 제출한 A 군의 전직 담임교사들의 진술서가 논란이 됐다.

해당 담임교사들은 유사 자폐증이 있는 A 군의 산만한 행동으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방해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한 교사는 "(A 군이) 코딱지를 아무데나 바르고 침을 손에 발라 친구들을 만나 아무도 짝을 하지 않으려 했다"고까지 주장했다.

A 군 부모는 "모욕적인 묘사로 학교폭력 피해자인 제자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라고 분개하면서 "사립학교이다 보니 담임교사들이 학교 측의 요구에 따라 진술서를 쓴 것 아니겠냐"고 의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쓴 것"이라면서 "최선을 다해 애지중지 가르쳤고,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다. 도의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지만,법적인 책임까지 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어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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