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성소수자 혐오 여전.. 좀 더 마음 열어야"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인 한국계 미국인 알리샤 트라윅(29·사진)은 "사진을 신문에 실어도 되겠느냐"는 기자의 요청에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알리샤는 "내 사진을 감춘다면 한국에서 스스로를 숨긴 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에게 세상에 나서라고 말할 수 없다"며 공개를 허락했다.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알리샤는 "성적 정체성은 감추고 살아갈 수 없다"며 "성소수자들은 당당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알리샤는 어머니가 한국인이란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차별과 싸웠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 사회의 시선은 더욱 날카롭게 느껴졌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말하기도 어려웠다. 알리샤는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숨기고는 항상 '가짜'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한번뿐인 삶을 '그 자신'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알리샤는 어머니의 나라를 알고 싶어 2010년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인들이 성소수자들에게 좀 더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들을 인정하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성소수자들에게 혐오를 드러낸다"며 "이는 '게이들은 에이즈 환자다' '동성애는 한국에는 없는 서양의 것이다' 등의 근거 없는 편견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는 전염병도 아니며, 환경이나 문화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동성애자들에 대해 조금만 알게 되면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알리샤는 7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열리는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제15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한다. 알리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에 6월을 성소수자의 달로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울 서대문구청이 이미 승인한 퀴어문화축제 지원을 세월호 참사를 이유로 취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당연히 애도할 일이지만, 다른 이슈를 덮기 위해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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